[TV서울=신민수 기자] 이병헌 감독이 연출한 '극한직업'(2019)은 1천6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흥행작 2위에 오른 코미디 영화의 신화다.
형사들이 마약 밀매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위장용으로 치킨집을 개업한다는 설정은 언뜻 얼토당토않아 보이지만, 빈구석이 거의 없는 스토리텔링으로 관객들을 '극한직업' 속 세계관에 빠져들게 했다.
여기에 배우진의 코믹 연기와 매끄러운 전개가 더해져 관객들은 한바탕 실컷 웃고 극장을 기분 좋게 나설 수 있었다.
김창주 감독의 신작 '아마존 활명수'는 이런 '극한직업'의 향기를 강하게 풍긴다. '극한직업' 각본을 쓴 배세영 작가가 시나리오를 담당하고 류승룡과 진선규가 주연하며 3인방이 다시 뭉친 덕이다.
전직 국가대표 양궁 선수가 아마존의 전사들을 훈련해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는 스토리도 허무맹랑하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코미디의 명중률은 높다고 하기 어려울 것 같다. 쉴 새 없이 웃음의 과녁을 노려보지만, 10점짜리 폭소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야기는 양궁 메달리스트 출신 회사원 진봉(류승룡 분)이 아마존으로 출장을 떠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물산 회사의 만년 과장인 그는 아마존 인근의 작은 나라 볼레도르의 양궁 감독이 돼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메달만 따면 볼레도르 정부가 그가 다니는 회사에 금광 개발권을 주고, 회사는 정리해고 1순위인 진봉을 승진시켜주겠다는 것이다.
진봉은 정글에서 만난 원주민 전사 세 명을 선수로 발탁하기로 하고 이들을 서울로 데려온다. 한국계 볼레도르인 통역사 빵식(진선규)이 여정에 동행한다.
코미디는 이들의 첫 만남과 서울 정착기를 그린 전반부에 몰려 있다. 말장난과 슬랩스틱, 표정 연기가 버무려지면서 간간이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긴 해도 '빵'하고 터지는 부분은 거의 없다.
무대가 서울로 옮겨진 이후에는 스토리마저 올드해진다. 문명과 거리가 먼 전사들이 대도시에서 벌이는 좌충우돌은 요즘 관객을 웃기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선진국에 사는 우리는 우월한 문명인으로, 원주민은 교육해야 하는 대상으로 비췄다는 비판의 소지도 있다.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영화의 장르는 코미디에서 스포츠·휴먼 드라마로 급격히 바뀐다.
전사들이 진봉을 위해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고, 아마존의 마을을 지키려 필사적으로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다.
이런 장르의 전환 때문에 지난해 개봉한 이병헌 감독의 '드림'이 떠오르기도 한다. 우리나라 관중이 '대∼한민국' 응원 구호 리듬에 맞춰 '볼레도르'를 연호하는 장면도 낯설지 않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뚜렷하지만, 의도한 대로 관객에게 감동을 안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많이 봐왔던 이야기인 탓에 다음 전개가 충분히 예상된다. 클리셰를 남발하다 보니 철 지난 영화라는 느낌도 갈수록 강해진다.
김창주 감독은 지난 22일 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을 보고서 시작됐다. 문화적 차이를 유쾌하게 풀어보려 했다"며 "휴머니즘 가득한 엔딩을 위해 초반에 많은 웃음을 만들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오는 30일 개봉. 113분.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