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김기명 경남본부장] "스님은 화마 속에서 사찰을 지키다 돌아가셨습니다."
경북 의성에서 북동부권으로 뻗친 산불은 영양군 한 작은마을의 상징과도 같았던 사찰을 집어삼켰다.
불에 타 무너진 사찰 건물 안에서는 주지 선정스님(85)이 소사 상태로 발견됐다.
대한불교법화종에 따르면 스님은 2002년 법성사 주지가 되기 전부터 이곳에서 수행 공부를 해왔다.
27일 오전 방문한 영양군 석보면 법성사 일대는 화마가 들이닥친 지난 25일 당시 치열했던 상황을 짐작케 했다.
대웅전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고 연기는 아직도 피어올랐다. 남아 있는 건물도 극락전 등 2채가 전부였다.
스님은 대웅전 옆 건물에서 화재 다음날 숨진 채 발견됐다.
유년 시절부터 스님을 보고 자란 마을 이장은 마을의 큰 어른을 잃었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김진득 화매1리 이장은 "오래전부터 혼자 사찰을 지키셨다"며 "부처 그 자체였던 분"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늘 웃고 남달리 정이 많았다"며 "어려운 일이 있으면 고민 상담도 했었는데 이제 그럴 수가 없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주민 한모씨는 "끝까지 사찰에 남아 지키다 돌아가신 것 같다"며 "연세가 있어서 거동도 불편하셨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씨는 "스님은 혼자 사는 분들을 재워주거나 음식을 나눠주기도 했다"며 "늘 남에게 베풀었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이어 "남한테 손해를 끼치는 분이 아니었다"며 "절에 행사가 끝나면 주민들을 모아서 이야기도 하고 식사도 했던 기억이 난다"라고 말했다.
김 이장은 지난 25일 오후 산불이 빠른 속도로 번져와 스님을 대피시킬 상황이 안 됐었다고 전했다.
그는 "순식간에 불씨가 산을 타고 넘어왔다"며 "5분 만에 동네 전체가 불바다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찰이 산속에 있어서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고 소방관도 들어갈 수가 없었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