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박양지 기자] 부동산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부동산 신탁업계의 재무 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분기 부동산신탁사 세 곳 중 한 곳꼴로 적자를 기록했고 업계 평균 부채비율은 100%를 상회했다.
신탁사의 잠재적 손실이 될 수 있는 신탁계정대도 8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25일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신탁사 14개사는 지난 2분기 1천195억원 영업손실을 봤다. 순손실 규모는 1천343억원이다.
부동산신탁업계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251억원, 순이익 72억원을 거두며 직전 분기 대비 '찔끔'이나마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2분기 재차 적자로 돌아섰다.
14곳 가운데 5곳이 적자로, 순손실 규모는 우리자산신탁이 762억원으로 가장 컸고, 나머지는 무궁화신탁(447억원), KB부동산신탁(305억원), 교보자산신탁(246억원), 코리아신탁(36억원) 등 순이었다.
부동산신탁사 14곳의 부채비율은 2분기 말 기준 평균 102.6%였다.
업계 평균 부채비율은 1년 전만 해도 68.2% 수준이었으나 올해 1분기 말 92.8%까지 오른 뒤 2분기에 100%를 넘어섰다.
특히 무궁화신탁(319.4%), 한국투자부동산신탁(187.2%), 신한자산신탁(159.8%), KB부동산신탁(152.9%) 등 4곳은 부채비율이 150%를 넘어섰다.
부동산 업황 회복이 더뎌 수입은 줄어드는 반면 부실 사업장에 대한 대응 비용은 지속해서 발생하며 부동산신탁사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켰다.
특히 책임준공형(책준형) 토지신탁 사업이 여전히 수익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활황일 때는 비교적 적은 자기자본으로도 수주를 따낼 수 있어 수익성 효자 노릇을 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며 각 사업장에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하자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상당수 신탁사가 책임준공 의무 미이행으로 대주단으로부터 줄줄이 소송을 당하면서 소송 관련 우발부채 부담이 커졌고, 금융 당국이 재정건전성 강화에 나서면서 영업과 수주 위축 가능성도 높아진 상태다.
실제 부동산금융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지표인 신탁계정대는 14곳 합산 2분기 말 기준 8조4천500억원으로 1년 전(6조600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신탁계정대는 사업비를 조달하기 위해 고유계정에서 신탁계정으로 대여한 금액으로, 시공사가 준공 기한을 지키기 어려운 경우 투입되는데 추후 회수하지 못하면 부동산신탁사의 손실로 인식된다.
공사비 상승 등의 리스크가 남아있는 만큼 올해 말까지는 부동산신탁사들의 신탁계정대 투입 부담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주 수입원인 토지신탁보수는 2분기 말 1천157억원으로 1년 전(1천655억원)보다 30%나 감소했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토지신탁 시장은 2017년 이전 수준으로 축소된 반면 부동산신탁사 수는 이 기간 11개사에서 14개사로 늘어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며 "수주 실적도 계속 저조한 상황이라 업계의 수익창출력 회복이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