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이현숙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2기 첫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 address)에서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로 타격을 입은 관세 정책을 더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소재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행한 국정연설에서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대해 "매우 유감스러운 판결이지만 좋은 소식은 거의 모든 국가와 기업이 그들이 이미 체결한 합의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들에 대해 "내가 대통령으로서 가진 법적 권한을 고려하면 새로운 합의를 하는 게 그들에게 훨씬 더 나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서 그들은 우리가 대법원의 유감스러운 개입 이전에 협상한 것과 같은 성공적인 길을 따라 계속해서 협력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대법원 판결로 무효가 된 관세를 대체할 "검증된 대안"으로서의 관세 수단이 있어 앞으로의 관세는 "이전보다 더 강력할 것"이라고 강조하고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나라들이 내는 관세가 과거처럼 지금의 소득세 제도를 상당히 대체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세계 각국에 부과한 관세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122조, 무역법 301조, 무역확장법 232조 등 다른 법적 근거를 활용해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관세를 기존 수준으로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
IEEPA를 활용해 관세를 부과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었지만, 역대 행정부도 무역법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로 이미 관세를 부과한 전례가 있어 이들 수단은 법적 기반이 더 탄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핵무기 개발 중단을 관철하기 위해 군사력도 사용할 수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오는 26일 제네바에서 이란과 후속 협상을 앞두고 있는 미국은 중동에 항공모함 전단과 전투기 등 병력을 대거 배치해 놓은 채, 협상이 불발될 경우 작년 6월처럼 이란을 다시 공습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들과 협상하고 있다. 그들은 합의를 타결하기를 원하지만 우리는 아직 '우리는 절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겠다'는 비밀 단어(secret words)를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이 문제를 외교로 해결하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 하나는 분명하다. 난 결코 세계의 최대 테러 후원국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 어느 국가도 미국의 결의를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란이 이미 유럽과 해외 미군 기지를 위협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했으며, 곧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이란이 비핵화 등 요구를 거부할 경우,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이 필요한 이유를 열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대통령으로서 난 가능할 때마다 평화를 추구하겠지만, 그럴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미국을 겨냥한 위협에 맞서기를 절대 주저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에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우선순위로 지정한 서반구에서 미국의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그는 "우리는 또 서반구에서 미국의 안보와 우위를 복구하고 있으며, 우리의 국익을 확보하고, 우리나라를 폭력, 마약, 테러리즘과 외국의 개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3월말∼4월초 직접 방문할 예정인 중국이나 북한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국정연설은 대통령이 의회에 국가의 상태와 주요 현안을 설명하고 한 해 동안 우선해서 추진할 입법 과제와 대내외 정책 방향을 알리는 행사로 헌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작년 1월 20일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해 3월 4일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연설한 바 있지만, 전통적으로 1, 2월에 하는 국정연설은 집권 2기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임기 2년 차에 하는 국정연설은 중간선거가 있는 해에 하기 때문에 통상 대외 현안보다는 국내에서 관심 가질 내용을 주로 다룬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저조한 가운데 공화당이 오는 11월 연방 상·하원 선거에서 하원 다수당 지위를 민주당에 내줄 가능성이 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후반부 국정 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인지 트럼프 대통령은 유권자가 가장 걱정하는 고물가 등 경제 문제를 다루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으며, 최근 이민 당국의 미국 시민 살해로 논란이 된 불법 이민 단속도 주요 성과로 소개했다.
그는 자기가 전임 행정부로부터 물려받은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불법 이민과 범죄 등의 문제를 1년 만에 해결했다면서 "우리는 누구도 본 적 없는 변혁을 이뤘고 역사적 대전환을 이뤄냈다"고 자평했다.
그는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크고, 더 나아지고, 더 부유해지고, 강해졌다"면서 "지금이 바로 미국의 황금시대"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기가 늘 성과로 자랑해온 정책을 다시 열거했을 뿐, 특별히 새롭거나 획기적인 방향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중 민주당을 향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전임 바이든 행정부를 비판하는 등 미국의 사회적 문제를 민주당에 돌렸으며 "이 사람들은 미쳤다", "민주당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이날 연설은 1시간 48분간 진행돼 2000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세운 종전 국정연설 최장 기록(1시간 28분 49초)을 갈아 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