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박양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6월 대구시장 선거에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내세워 보수 아성을 위협하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김 전 총리를 상대할 후보군조차 압축하지 못하고 연일 맥없는 견제구만 날리고 있다.
김 전 총리가 최근 언론사 선거여론조사에서 대구시장 출마자 중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나오는 등 여세를 몰아가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공천 내홍 속에 자체 경선 시간표마저 더디게 돌아가면서 뚜렷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12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에서는 윤재옥·추경호·유영하·최은석 의원과 홍석준 전 의원,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 등 6명의 경선 후보가 오는 13일 2차 토론회를 하기로 하는 등 대구시장 예비경선이 진행 중이다.
17일 이들이 2명으로 좁혀져 본경선으로 가게 되면 이달 말 무렵에나 대구시장 최종 후보가 결정될 전망이다.
민주당에서는 당의 삼고초려 끝에 지난 달 30일 김 전 총리가 출마를 공식화한 뒤 대구시장 후보 공천을 받아 폭넓은 행보를 하고 있다.
김 전 총리는 지난 8일 대구를 찾은 당 지도부와 함께 농수산물 경매를 참관하고 배추 하역을 하며 바닥 민심을 살핀 데 이어 다음날 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로 등록해 공식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이처럼 민주당에서 일찌감치 후보가 출격해 표밭을 다지는데도 국민의힘은 여전히 아군들끼리 공방전을 벌이는 중이다 보니 이미 대구시장 공천 잡음에 피로감을 느낀 유권자들의 관심에서 더욱 멀어지는 분위기다.
대구시장 경선 과정에서 컷오프(공천 배제)된 주호영 의원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보수 표심이 쪼개지면서 정치적 '텃밭'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도사리고 있다.
경선에서 김 전 총리와 대결할 최종 후보가 결정되더라도 곧바로 무소속 후보와 보수 단일화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어 국민의힘으로선 현재 앞날이 첩첩산중이다.
이러한 가운데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 후보들은 김 전 총리와 민주당을 상대로 잇따라 견제구를 날리며 화력을 더하는 등 국민의힘 후보들이 독주해온 역대 선거 판세와 달리 공수가 뒤바뀐 형국이다.
추 의원은 김 전 총리가 지난 9일 예비후보 등록을 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부겸 후보께 묻는다. 지금의 민주당이 자랑스럽습니까"라고 쓰고는 "현재 전국 각지에서 들려오는 민주당 모습은 무법천지다.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가 정파적 이익을 위한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또 "김 전 총리 역시 대구에 대한 고민은 없어 보인다"며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구를 이용하려는 정청래 대표의 정략적 도구일 뿐"이라고 적기도 했다.
같은 날 최 의원은 김 전 총리와 민주당이 내건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과 행정통합 등 지역 숙원사업 해결 공약을 의식한 듯 "지금 정부 재정 여력이 있느냐. 대구에 선물 보따리를 가져올 여력이 있느냐"고 페이스북을 통해 김 전 총리에게 따져 묻기도 했다.
대구지역 국회의원들도 이에 가세하는 모습이다.
대구 의원들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구시장 공천 잡음에 대해 사과하며 협력적 경선 추진을 약속하면서도 "최근 김부겸 후보는 대구 시민들을 '한 당에만 표를 찍는 기계'로 폄하함으로써 대구 시민에 대한 부적절한 인식을 노출했다"며 김 전 총리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앞서 대구 의원들은 이달 초 대구시당에서 열린 공정경선 협약식에서는 김 전 총리 출마에 대한 입장문을 별도로 내고 "김 전 총리는 대구의 자존심을 짓밟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를 중단하라"며 "대구는 철새 정치인의 재기 발판이자 훈수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김 전 총리는 선거 초반부터 광폭 행보에 나설 경우 보수 민심을 자극해 도리어 보수 지지층 결집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을 의식, 대부분의 일정을 비공개로 하며 비교적 차분히 선거운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