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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세뇌한 무당, 조카 숯불 살인의 전말... "전생에 아빠와 연인"

  • 등록 2025.10.08 08:24:10

 

[TV서울=박양지 기자] 심모(80·여)씨는 39년 전인 1986년부터 이른바 '신내림'을 받은 무당 행세를 했다.

그는 전남 함평군에 있는 신당에서 각자의 죄를 고백하고 굿을 하는 종교 모임을 하면서 공양비를 받았다. 심씨의 4남매와 동생 A씨도 신도였다.

심씨는 신(神)이 빙의된 것처럼 행동하면서 신도들의 전생을 말하고 "굿이나 공양으로 현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세뇌했다.

심씨는 동생 A씨에게는 "네 딸이 전생에 아빠(A씨의 남편)와 연인이었기 때문에 엄마(A씨)를 원망하고 죽이려고 한다"면서 공양비를 요구했다.

 

2007년부터 인천 부평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A씨는 심씨의 요구에 수년간 공양비 수천만원을 전달했다.

심씨의 요구는 점점 더 많아졌다. 그가 4남매와 함께 제주도에서 운영하던 식당의 수익이 나빠졌고,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대출 원금이 16억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심씨는 대출 이자로만 월 800만원 이상이 필요하게 되자 2023년 8월부터는 종교의식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각 신도로부터 많게는 1억원의 공양비를 받았다.

심씨는 이어 동생 A씨의 식당으로도 손을 뻗었다.

그는 A씨에게 "전생에서 부친과 연인이었던 네 딸이 미워하고 죽이려는 마음이 있으니 식당을 떠나면 딸을 잘 보살피겠다"며 아들·딸만 남기고 울릉도로 이사하도록 했다.

 

심씨는 상대적으로 부채가 적은 A씨의 딸 B(35)씨 명의로 사업자 등록을 한 뒤 식당을 운영했다.

그는 B씨에게는 요리·서빙과 매출·매입 관리 업무를, A씨의 아들이자 B씨의 오빠에게는 고기 준비 업무를 담당하게 했다.

심씨는 식당 수익은 자신의 계좌로 보내도록 했고, 대출금 이자와 자녀들의 신용카드 대금 등을 지급하는 데 썼다.

식당의 주요 업무를 도맡았던 B씨는 고강도 업무를 견딜 수 없어 지난해 여름 술을 마시고 식당을 뛰쳐나갔다가 길거리에 쓰러졌고, 9월부터는 식당 수익을 심씨에게 보내지 않고 직접 운영비를 지출하기 시작했다.

이에 심씨는 B씨에게 "네가 전생에 낙태한 적이 있어 그 혼령이 식당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라거나 "모친을 죽이려는 악귀가 들어있는 너의 염력 때문에 부정적인 현상이 나타난다"며 압박했다.

그는 또 지난해 9월 18일 새벽에는 식당에 남을 것인지 떠날 것인지를 물었으나 예상과 달리 B씨가 "(부모가 있는) 울릉도로 떠나겠다"고 답하자 승합차에 태워 보내줄 것처럼 행동하다가 차량을 돌려 식당으로 돌아왔다.

심씨는 B씨에게 "모친을 죽이고 싶어 하는 악귀를 제거하기 위해 숯을 이용해 주술 의식을 하겠다. 악귀를 제거하면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신도와 자녀를 동원해 철제구조물을 제작하고 B씨가 그 위에 올라가 엎드리도록 한 뒤 결박했고 밑에 놓인 대야에는 불이 붙은 숯을 계속해 넣었다.

또 경련을 일으키는 B씨의 입 속에 숯을 집어넣은 상태로 재갈로 묶고 여러 차례 뺨을 때리기도 했다.

심씨 일당의 잔혹한 범행은 3시간가량 이어졌고 B씨가 완전히 의식을 잃고 상체 전면에 심한 화상을 입은 뒤에야 끝났다.

심씨 일당은 이어 철제시설물 등 범행 도구를 숨겼고 2시간 뒤에야 119에 신고하고 구급대원들에게는 "숯을 쏟았다"면서 범행을 은폐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이들의 잔혹한 살인 과정은 현장을 비추던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경찰은 이들에게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고, 검찰은 추가 수사를 거쳐 이들을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심씨 등은 재판 과정에서도 "피해자의 이상행동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이었고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며 반성하지 않았다.

B씨의 부모도 "피고인들은 피해자(딸)를 도와주려다가 안타깝게 이렇게 됐다. 벌을 줄 것이라면 나에게 달라"고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을 했다.

결국 심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심씨의 자녀 등 공범 4명은 각각 징역 20∼25년을 선고받았다.

살인 방조 혐의를 받는 B씨의 오빠와 사촌 언니 등 다른 2명에게는 각각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8일 해당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16부(윤이진 부장판사)는 심씨와 관련해 "범행 후 피해자의 유족에게 '나는 숯을 넣다 뺐다 했는데 애기령 천사들의 날갯짓으로 숯의 열기가 더 세게 들어간 것 같다'면서 자기 잘못을 회피했다"고 설명했다.

또 "법정에서도 시종일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거나 피해자나 병원 탓을 하면서 자신의 억울함만을 호소했다"며 "피해자 사망 뒤에도 울릉도에서 다른 피고인들과 즐거운 모습으로 기념사진을 찍기도 해 죄의식이 있거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공범들과 피해자 모친이 법정에서 보인 태도를 보면 여전히 (심씨의) 정신적 지배를 받는 것으로 보여 재범 위험성도 매우 높다"며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해 재범을 방지하고 극악한 범행으로부터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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