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이천용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공천 갈등 파열음이 당 정체성으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자 민주당의 텃밭 광주 표심도 술렁이고 있다.
중앙당에서 연일 들려오는 날 선 친명 비명 갈등에, 현역 컷오프(공천 배제)와 예상 밖의 경선 결과, 가산·감산점 부여 반발이 잇따르면서 '시스템 공천'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힘을 실어준 민주당에 대한 실망이 반영된 결과라는 의견도 있지만, 민주당 경선이 경쟁자 제거와 줄세우기 공천의 장이 돼버렸다는 성토에 가깝다는 우려도 있다.
1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까지 광주 8개 선거구 중 5곳의 경선 투표가 끝났으며 광산을 한 곳을 제외한 4곳(동남갑·동남을·북구갑·북구을)에서 현역 의원이 패배했다.
현역 물갈이 바람과 현 민주당 체제에 대한 실망, 친명·비명 계파성, 지방선거와의 역학 관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해석과 함께 광주도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원외 도전자가 친명으로 꼽히는 동남갑·동남을에서는 지지율 선두 주자가 컷오프된 채 친명 도전자와 현역의 1대1 경선이 이뤄졌고, 서구을·광산갑은 친명인 고검장 출신 정치신인들이 20%의 높은 가산점을 받게 됐다.
광주 유일 재선 의원이자 비명계인 송갑석(서구갑) 의원이 '현역 하위 20%'에 포함된 것도 잡음을 낳았다.
불공정 경선이 시스템 공천이라는 허울에 가려졌다는 여론이 확산하면서 광주지역 27개 사회단체들의 협의체인 광주시민단체협의회까지 민주당 현 지도부를 향해 강한 우려를 쏟아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지난달 28일 낸 성명에서 "민주당 경선이 당 대표와 누가 더 친한 사람인가를 뽑는 대회가 됐다"며 "사천·줄서기 행태 등 민주당이 보이는 오만과 무능을 참아내기 힘들 정도"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현역 지역구 의원들에 대한 시민의 실망이 컸던 만큼 광주에서는 공천 학살이라는 말이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지만, 호남 출신 비명계와 대권·당권 주자로 꼽히는 인물들에 대한 컷오프 등이 전국에서 잇따르면서 민주당에 대한 광주 여론도 급속히 악화하는 추세다.
15년 이상 민주당 권리당원으로 활동해온 A(63)씨는 "박용진·임종석 등에게 노골적으로 불이익을 준 것은 최악의 선택"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총선 승리보다는 단 한 명의 당권 경쟁자도 남겨두지 않겠다는 것으로, 공정·포용 정신이 사라진 민주당을 지지하는 게 맞는지 회의가 든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택시 기사 B(55)씨는 "개인적으로는 물갈이가 필요하다고 보지만 당이 아니라 민심이 선택할 문제"라며 "광주는 민주당 경선이 본선이라는 인식이 특히나 강한데 예비후보들이 지도부나 쳐다보는 일 없이 제대로 경쟁하도록 해줘야 민심과 유권자를 어려워할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일부 지역민들은 "이러다가 진짜 당이 쪼개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전남 출신인 이낙연 전 당 대표의 탈당·신당 창당에 대해서도 대부분 냉담하게 외면하며 '원팀' 민주당을 응원하던 지역민들조차 최근에는 엇갈린 반응을 보인다.
주부 C(61)씨는 "이재명 대표의 언사가 좀 더 신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탈당이나 분신까지 거론하며 경선에 승복하지 않는 게 더 심각한 문제"라며 "공천 전에는 당내 민주주의에 대해 아무 문제 제기도 안 하다가 떨어지고 나서 저러는 것도 씁쓸하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다고 밝힌 직장인 D(33)씨는 "제1야당 대표가 구성원들을 품기 위한 노력은 보여주지 않고, '입당도 탈당도 자유'라거나 '동료 평가 0점 의원도 있다'고 하는 것을 보고 크게 실망했다"고 전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이낙연계에 이어 친동교동계·친문까지 공천에서 배제되는 양상이 나타나자 '이건 정말 아니다'라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며 "열성 지지층은 쉽게 돌아서지 않겠지만 대안이 없어 민주당과 이재명을 선택한 민심의 실망과 피로감이 정치권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