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나재희 기자] '채상병 특검법'을 둘러싼 여야의 강 대 강 대치 정국이 더욱 격화하고 있다.
특검법을 관철하려는 야당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이를 막아내려는 여당의 팽팽한 대치 전선이 형성된 가운데, 2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는 민주당 김병주 의원의 '정신 나간 여당' 발언이라는 돌발 변수까지 터져 나왔다.
결국 이날 본회의는 여야 간 고성과 삿대질이 오간 끝에 파행하면서 애초 민주당이 이날 처리하려 했던 채상병특검법 상정도 불발됐으며, 여야는 다음날에도 '단독 처리 대 필리버스터' 공방을 되풀이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애초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여야는 '채상병 특검법 상정 → 여당의 필리버스터'라는 정해진 수순을 밟아가는 듯했다.
대정부질문 종료 직후 우원식 국회의장이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해 이날 본회의에 특검법을 상정하면, 여당이 필리버스터로 맞불을 놓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었다.
이 경우 민주당은 '토론 종결권'을 통해 3일에는 필리버스터를 끝내고 야당 단독으로 채상병특검법을 처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대정부질문 도중 "여기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 논평에서 '한미일 동맹'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발언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강력한 항의와 함께 사과하라는 여당의 요구에도 김 의원이 이를 거부했고, 과열된 양상 속에 정회된 본회의는 끝내 속개되지 않았다.
이처럼 이날 본회의가 어그러지면서, 이제 국회 안팎의 시선은 채상병 특검법이 어떤 처리절차를 밟게 될지에 쏠리고 있다.
만일 김 의원이 사과하고 국민의힘이 이를 수용한다면 채상병 특검법은 3일 상정·4일 처리라는 수순을 밟겠지만, 민주당 역시 "사과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진통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특검법 관련 질문에 "내일 상황을 봐야 한다"며 "공식 사과 여부가 어찌 되는지에 따라 우리 방침도 결정된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여당이 특검법 처리를 조직적으로 반대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민주당은 이를 양보할 수 없다"며 "법에 따라 따박따박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로서는 여전히 민주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갖고 있다는 점, 우 의장 역시 채상병특검법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는 점 등에서 어떻게든 6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특검법이 상정·처리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럼에도 김병주 의원의 발언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 의장이 야당 단독 본회의를 열기는 부담이 적지 않다는 반론도 동시에 나온다.
결국 우 의장이 어떤 선택을 내리는가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이와 별도로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소추가 무산되자 이를 '꼼수 사퇴'로 규정하고 '방송장악'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등 '완력 행사'에 나섰다.
아울러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사들에 대한 무더기 탄핵소추도 추진했다.
민주당은 이날 이들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해당 안건은 본회의 보고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됐다.
민주당이 지목한 탄핵소추 대상은 강백신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엄희준 부천지청장이다.
이들 중 3명은 이 전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특혜 개발 의혹'과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의혹' 사건을 수사했다.
민주당은 "부패 검사, 정치 검사를 단죄하기 위해 국회 권한을 사용하겠다"고 탄핵의 당위성을 내세웠다.
반면 대통령실은 "이 전 대표를 수사했던 검사를 탄핵하겠다고 하는 것은 '민주당이 수사권을 갖게 해달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도 "대한민국 검사 모두를 탄핵해도 '지은 죄'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이날 파행으로 5일부터 열리는 7월 임시국회에서도 여야는 다시 가파른 대치 국면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가면서 논의 절차를 거치게 되는 만큼,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민주당이 채상병특검법에 이어 처리를 벼르는 '방송4법'도 사실상 7월 임시국회로 넘어갔다. 이들 법안의 본회의 상정과 표결을 놓고 여야는 재차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채상병특검법 역시 정부와 대통령실이 여러 차례 "위헌"이라고 지적한 만큼,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유력하다.
이 경우 국회로 돌아와 재표결에 부쳐지는 7월 임시국회는 곳곳이 지뢰밭이 될 전망이다.
108석의 소수 여당인 국민의힘이 재표결에서 얼마나 '표 결집'을 이뤄낼지도 정국의 향배를 가르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