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이천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통화 음성이 공개된 이후로 윤 대통령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놓고 야권에서 '속도 차'가 나타나고 있다.
군소 야당이 윤 대통령 탄핵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170석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탄핵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는 데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현 정국을 "정치적 비상 상황"으로 규정하고 장외 집회, 범국민 서명운동을 통해 '윤 대통령 공천 개입 의혹'과 '김건희 여사 국정 농단 의혹'을 띄우는 데 집중하면서도 본격적인 탄핵 추진에는 아직 유보적이다.
민주당은 일단 '김 여사 특검법' 관철에 주력하는 동시에 외곽에서 대통령 임기 단축을 전제로 한 개헌 카드와 대통령 하야 촉구로 용산을 압박하며 여론의 추이를 살피는 접근법을 시도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엔 탄핵을 앞장서 추진할 경우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까지 끌어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현실론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당내 '임기 단축 개헌 국회의원 연대 준비모임'은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탄핵 절차가 진행돼도 보수화된 헌법재판소의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며 "원칙과 현실을 고려하면 임기 단축 헌법 개정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전날 민주당이 주최한 장외 집회에서 최고위원들의 탄핵 촉구 발언이 대거 나온 만큼 조만간 지도부 기류가 달라질지 주목된다.
집회에선 "특검이든, 탄핵이든, 개헌이든 대한의 봄으로 이어질 것"(김민석 최고위원), "윤 대통령은 내려와야 한다"(이언주 최고위원), "윤석열 정권을 내려야 한다"(김병주 최고위원) 등의 발언이 잇따랐다.
이재명 대표는 탄핵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끌어낸 2016년 촛불집회를 상기시켰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사실상 탄핵 여론전에 불을 댕긴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당 관계자는 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최고위원들의 탄핵 발언은 개인의 정치적 입장이지 지도부 방침이 전혀 아니다"라며 "대통령 탄핵은 민심과 여당이 하는 것으로 야당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탄핵 추진에 따를 정치적 부담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군소 야당은 노골적으로 탄핵 돌입을 주창하고 있다.
조국혁신당은 이달 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내겠다고 밝혔다. 혁신당은 총선 때부터 윤 대통령 탄핵의 의미로 '3년은 너무 길다'는 슬로건을 내세워왔다.
진보당도 탄핵을 당론으로 정하고 연말까지 탄핵 국민투표를 추진하기로 했다.
소수 정당의 경우 선명성과 존재감을 부각할 기회인 데다, 탄핵이 무산되더라도 제1야당인 민주당에 비해 정치적 부담이 덜한 만큼 탄핵 추진에 적극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야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탄핵에 앞장서면 집권 욕심 때문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며 "민심을 따라가는 것처럼 보이는 선택을 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