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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절반 갈라진 헌재 이진숙 탄핵심판…커지는 진영논리 공방

  • 등록 2025.01.26 09:01:36

 

[TV서울=나재희 기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심판에서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의견이 4대 4, 정확히 반반으로 갈라지면서 재판관들이 일종의 '진영논리'에 따른 결정을 한 것 아니냐는 외부의 시선이 커지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재판관 8인 중 세간에서 진보 성향으로 분류하는 이들은 주로 파면 의견을, 중도·보수 성향으로 분류하는 이들은 주로 기각 의견을 낸 것으로 분석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명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 더불어민주당 추천으로 국회가 선출한 정계선 재판관은 이 위원장을 파면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반대로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정형식 재판관, 국민의힘이 추천한 조한창 재판관은 국회의 탄핵 소추를 기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지명한 재판관 중에는 중도 진보 성향으로 평가되는 정정미 재판관이 인용(파면),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형두 재판관이 기각으로 판단이 엇갈렸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명했고 중도 보수 성향으로 평가받는 김복형 재판관은 기각 의견을 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재판관들의 의견이 이처럼 임명 배경에 따라 나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특정 정당에서 추천하거나 특정 정당 출신 대통령이 임명한 재판관이 한 쪽 의견으로 쏠리는 것은 법리적인 것 이상으로 임명 배경 등이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식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헌법재판은 누가 재판관이 되더라도 같은 결론이 나오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정치권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는 재판관 성향을 문제 삼는 주장도 다수 제기된다.

 

이번 결정 하루 전인 22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헌재를 찾아 "문형배 소장 권한대행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친분에 대해 답변해야 한다"며 문 대행은 2020년 이 대표 모친상 때 상가에 방문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고 주장했다.

헌재가 즉각 "문 대행은 이 대표 모친상에 문상한 적이 없으며 조의금을 낸 사실조차 없다"고 반박하자 권 원내대표는 해당 발언을 주워 담기도 했다. 다만 여당에서는 사법연수원 동기로 이 대표와 노동법학회 활동을 함께한 이력을 여전히 문제 삼기도 했다.

헌재는 24일 공보관 브리핑에서도 문 재판관이 과거 이 대표가 경기지사 재직시 경기도에 불리한 결정을 한 사례 등을 거론하며 "재판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하고, 그 외 개인적 사정은 재판과 심리에 결코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서울서부지법 차은경 부장판사가 윤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에 난입해 집단난동을 벌인 것처럼 자칫 헌재 결정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는 일을 차단하고자 단호하게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SNS에는 정치적 성향과 다른 의견을 낸 재판관의 얼굴을 올리며 이력·출신·인간관계 등을 이유로 비난하는 일종의 '낙인찍기' 글도 다수 올라와 있다. 일부 시민뿐 아니라 변호사, 법학 교수 등 법조인도 동참하는 모습이다.

문 대행에 대해서는 15년 전 SNS에 올린 글을 들어 비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진짜뉴스 발굴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문 대행이 2010년 트위터에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가 쓴 책 '중국의 내일을 묻다'의 일부분을 올린 것을 두고 문 교수를 '친중 인사'라고 지칭하며 "'친중 인사'의 손에 대한민국의 명운이 달려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헌환 아주대 로스쿨 교수는 헌법재판관은 임명 단계부터 청문회 등을 통해 그가 특정 사안에서 어떤 견해를 가질지 철저히 따져보는 등 개인적 관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헌정 질서에서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서는 비판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재판관 성향이나 임명 배경 등을 들어 어떤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할 수는 있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그러한 비판도 헌정질서 내의 비판이어야지, 헌정질서를 전복하려는 입장이라든지 서부지법 침탈행위와 같이 극단으로 치닫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재판관 개개인에 쏠리는 이목은 결국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이들이 어떤 의견을 낼지가 국민적 관심사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통령 파면 여부라는 국가 중대사를 결정하는 경우에는 그 결정에 국민 대다수가 수긍하고 승복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앞선 두 차례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는 적어도 헌재 결정 뒤에는 선고에 앞서 있었던 논란이 정리되는 모습을 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는 재판관 8인 만장일치로 파면 결정을 선고했다.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에는 탄핵소추가 기각됐다는 결론만 공개되고 소수의견이 공개되지 않았다. 당시 헌재법은 위헌법률심판, 권한쟁의심판 및 헌법소원심판만 재판관 각자 의견을 표시하도록 하고 탄핵심판은 해당 규정이 적용되지 않았다.

다만 추후 언론을 통해 인용(파면) 의견을 낸 재판관들도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등 소수의견 비공개가 논란이 되자 이듬해 헌재법을 개정해 탄핵심판도 재판관 의견을 표시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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