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나재희 기자]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진보·보수진영 양측에서 단일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양측 모두 추석 직후 단일후보를 추대하는 것을 목표로 경선 규칙과 일정을 조율 중인데, 하마평에 오른 인사들이 십수 명에 달하고 단일화를 추진하는 단체끼리 충돌할 가능성도 있어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보수성향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하는 '바른교육국민연합'은 2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진보교육계가 추구한 혁신 교육은 아이들의 미래를 막고 공교육의 경쟁력을 떨어뜨렸다"며 "경쟁을 줄이고 서열화를 없앤다며 '쉬운 교육'을 추구한 결과 기본 수업도 못 따라가는 기초학력 미달자가 증가하고, 사교육비 지출은 매년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교는 '공부하고(학력) 사람 만드는(인성) 교육의 장'이다"라며 "(보수성향 후보자들은) 중도·우파의 난립은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을 방해하고 선거 패배를 초래한다는 교훈을 잊지 않고 경선에 적극 참여해달라"고 덧붙였다.
바른교육국민연합은 이달 중순까지 단일화 참여자를 모아 토론회를 개최하고, 추첨을 통해 선정한 여론조사기관 2곳의 여론조사 결과를 100% 반영하는 방식으로 23일까지 단일 후보를 추대할 계획이다.
보수진영은 조희연 전 교육감이 당선된 3번의 선거에서 모두 단일화에 실패했다.
2018년에는 보수진영에서 교육감후보 단일화를 위한 모바일투표를 통해 박선영 후보를 추대했으나,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후보 1명이 이탈하고 중도 성향으로 독자 출마하는 후보까지 나오면서 진보진영 단일후보였던 조희연 전 교육감이 재선에 성공했다.
2022년에도 당시 교육감 예비후보였던 이주호 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단일화를 촉구하는 단식투쟁에 나서는 등 단일화 움직임이 있었으나, 경선 규칙에 합의하지 못한 후보들이 각자 출마하면서 조 전 교육감이 3선에 성공했다.
특히 2022년에는 박선영·조전혁·조영달 후보 등 보수 후보 3명이 53.22%를 득표하고도 조희연 전 교육감이 38.10%의 득표율로 당선된 것과 관련, 서울시민의 선택이 '후보 난립' 때문에 실현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컸다.
진보진영에서도 출마 선언과 단일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2022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조희연 전 교육감과 '막판 단일화'를 했던 강신만 서울교육청 혁신미래교육추진위원장은 이날 출마를 선언하며 "조 교육감이 추진했던 혁신 교육이 지속될 수 있도록 계승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진보진영에서 하마평에 올랐던 김경범 서울대 교수는 3일, 김용서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4일 각각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 진보진영 관계자들도 '2024 서울민주진보교육감추진위원회'를 꾸리고 논의를 시작했다.
이들은 4일까지 후보 등록을 받고 6일께 경선 규칙을 정한 뒤 18일까지 경선을 거쳐 최종 후보를 추대할 계획이다.
이르면 추석 직후 양측 모두 후보 단일화 작업의 결론이 나오는 셈이다.
교육감 선거는 통상 유권자 관심도가 상당히 낮다는 점, 선거가 불과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출마 희망자는 '역대 최다'일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양측 모두 단일화 성사 여부가 선거 승패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다만, 후보 단일화 작업 자체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도 크다.
진보진영에서는 2018년, 2022년과 달리 '현직 프리미엄' 등 뚜렷한 강점을 가진 후보자가 없다는 점과 하마평에 오르는 후보자가 10여명에 달한다는 점이 단일화의 걸림돌이다.
보수진영 역시 2014년부터 3번 연속 단일화에 실패한 점을 고려하면 전망이 밝지는 않다.
특히 이전 선거에서는 단일화 추진 단체조차 여러 곳이 등장해 견해차를 보인 사례가 있어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