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신예은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산가족이 된 테니스 선수 다야나 야스트렘스카(22·우크라이나)가 16살 동생과 함께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복식 경기에 출전했다.
야스트렘스카 자매는 1일(한국시간)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WTA 투어 리옹 메트로폴리스오픈(총상금 23만9천477달러) 대회 첫날 복식 본선 1회전에서 조르지나 가르시아 로페스(스페인)-제니아 놀(스위스) 조에 0-2(2-6 4-6)로 졌다.
야스트렘스카 자매는 지난 주말까지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다가 전쟁이 터지자 보트로 루마니아를 거쳐 프랑스까지 이동했다.
전쟁으로 집 근처 지하 대피소에서 이틀 밤을 보냈고, 새벽에 아버지가 운전하는 차로 4시간 넘게 이동한 끝에 루마니아로 가는 배를 탔다.
아버지는 다야나와 이반나 두 딸에게 "전쟁이 언제 어떻게 끝날지 모르지만 너희 둘은 서로 의지하며 꿈을 키워 가야 한다"며 짐가방 2개를 딸들의 손에 들려주고는 "우리 걱정은 하지 마라. 다 잘 될 거다"라고 안심시켜줬다.
언니 다야나는 2019년 윔블던 16강에 진출했고, 세계 랭킹도 2020년에 21위에 오른 경력이 있지만 동생 이반나는 주니어 경력도 조금밖에 없는 2006년생 어린 선수다.
현재 단식 세계 랭킹 128위인 언니만 이 대회 단식에 출전할 예정이었으나 주최 측 배려로 자매가 와일드카드를 받아 복식에도 뛰게 됐다.
이들은 코트에 입장할 때부터 우크라이나 국기를 몸에 두르고 나오며 남다른 의지를 보였지만 갑작스러운 전쟁과 이별의 여파 등으로 1시간 6분 만에 졌다.
동생의 기량이 아무래도 상대 선수들보다 떨어지는 점도 패배 요인이 됐다. 다야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상황 때문에 경기에만 전념하기 어려웠다"면서도 "동생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부모님과 헤어져 프랑스에 도착한 이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는 이들 자매는 "지난주 수요일 저녁만 해도 아무 일이 없었는데 목요일 아침에는 폭탄 소리와 함께 깨야 했다"고 악몽 같았던 전쟁 상황을 떠올렸다.
"처음에는 무슨 영화나 게임의 한 장면인 줄 알았다"는 이들은 "원래 엄마도 함께 프랑스로 오려고 했지만 결국 우크라이나에 남으셨다"고 덧붙였다.
다야나는 "그동안은 부모님과 함께 투어를 다니며 보살핌을 받았고, 이제는 내가 동생을 책임져야 한다"며 "오늘 처음으로 WTA 투어 경기에 출전한 동생이 자랑스럽다"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1일에는 단식 1회전에서 아나 보그단(97위·루마니아)을 상대하는 다야나는 "경기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조국 우크라이나와 그곳에서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