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신예은 기자] "K팝 아티스트로서 미국에서 이렇게 큰 무대에 설 수 있어 영광이었어요. 저명한 아티스트와 함께 무대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벅찼는데, 준결승에 진출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가수 알렉사는 30일 연합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밝은 목소리로 "예선을 통과해 긴장이 조금 풀렸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너머로도 그의 설렘과 뿌듯함이 전해져 왔다.
그는 미국 지상파 TV인 NBC의 대형 경연 프로그램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American Song Contest)에 고향 오클라호마주(州) 대표로 출전해 56명이 겨룬 예선을 1위로 가뿐히 통과했다. 그를 포함해 준결승에 진출한 이는 20명이다.
신인·무명 가수뿐만 아니라 그룹 블랙잭 출신 마이클 볼튼 등 쟁쟁한 팝스타가 도전한 이 프로그램에서 알렉사는 유일한 K팝 가수다.
알렉사는 이 프로그램에서 강렬한 댄스곡 '원더랜드'를 선보여 현지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노래는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완벽한 사랑'에 대한 곡이다.
경연 노하우를 묻자 알렉사는 "나와 우리 팀이 한마음으로 뭉쳐서 열심히 한 덕"이라며 "고향에서 부모님, 부모님의 친구들, 미국에 계신 K팝 팬분들이 많이 응원해주신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K팝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K팝의 '특별한 맛'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평소에는 라이브 연습을 많이 했으니 이번에는 퍼포먼스와 비주얼에 집중해 춤 연습에 공을 들였다"고 덧붙였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최고의 히트곡을 두고 경쟁하는 포맷이다. 팝스타 켈리 클라크슨과 래퍼 스눕독이 MC로 나섰다는 점에서 이 방송의 '스케일'을 가늠할 수 있다.
"연습할 때는 하나도 떨리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첫 방송 무대에 올라가니 너무나 떨렸어요. 무대가 끝난 뒤 완전히 '블랙 아웃'(Black Out)돼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죠."
그는 "출연자 가운데 멋진 아티스트가 많아 합격할 줄은 몰랐는데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고 해 진심으로 놀랐다. 이제 긴장이 좀 풀렸다"며 웃었다.
알렉사가 선보인 경연곡 '원더랜드'에는 '난 길을 잃어버린 앨리스', '난 깨지 않은 것처럼' 같은 한국어 가사도 포함됐다. 비록 표를 던질 시청자는 미국인들이겠지만, 자신은 K팝 아티스트라는 정체성이 확고해서란다.
알렉사는 "어머니가 한국 사람이고 나는 K팝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한국 문화를 섞어서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오클라호마 대표로서 뿐만이 아니라 K팝 대표로 출전해 부담도 느꼈지만, 멋진 무대를 보여줄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그가 표현한 무대는 춤, 노래, 표정, 의상이 어우러져 독특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K팝 무대 그대로였다.
"K팝은 단순한 '하나의 노래' 그 이상이에요. 물론 단순한 춤 혹은 무대 그 이상이기도 하지요. 이 같은 많은 요소가 한데 섞여 K팝을 이룬다고 생각합니다."
알렉사는 "두 살 때부터 춤을 추기 시작했기 때문에 (K팝 요소들 가운데) 안무를 좋아하는 편"이라고 짚었다.
알렉사는 경연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지난 26일(현지시간)에는 샌프란시스코의 한 K팝 음반 가게를 찾아 팬 100여 명을 만났다. 그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주로 온라인으로 팬을 만났던 터라 무척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한다.
그는 "팬을 실제로 대면하니 마음이 너무나 따뜻해졌다"며 "팬들과 눈을 맞추고 이야기하니 너무나 행복했다. 빨리 한국에서도 팬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알렉사는 조만간 귀국해 연습에 매진할 계획이다. 그는 다음 달 다시 미국으로 출국해 생방송 준결승 무대에 오른다. 경연 무대마다 서로 다른 곡을 선보이는 국내 예능과 달리 이 프로그램은 결승까지 같은 곡으로 실력을 겨룬다.
알렉사는 "한국에서 어떻게 더 멋진 무대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안무에 집중하고 무대 의상도 바꿀 것 같다. 여러 요소를 바꿔 더욱 '핫'(Hot)한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경연의 목표요? K팝과 알렉사를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 고향 오클라호마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와 언어도 미국 시청자분들께 보여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