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신민수 기자]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넘기며 랠리를 펼치는 가운데 주가 변동성에 대한 베팅이 급증하면서 경고등이 커졌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2일 보도했다.
CNBC에 따르면 '코스피 변동성 지수'(VKOSPI)는 지난 7일 41.88로 마감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해 시장이 급락했던 4월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11일에는 38.93으로 소폭 하락해 장을 마쳤다. 이 지수는 상호관세 발표 직후인 지난 4월 7일 44.23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10%대 후반에서 20% 중반대에서 움직여왔다. 하지만 코스피 지수의 급등과 함께 변동성 지수도 지난달 중순 30%대로 뛰어올랐다.
블룸버그는 코스피 변동성 지수의 이런 상승이 상대적으로 차분한 다른 나라 증시와 이례적으로 차별화된 것이라며 그 결과 이 지수와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 간 격차가 2004년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공포 지수'로도 불리는 VIX는 미 증시의 벤치마크 지표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의 향후 30일간 변동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반영한 것이다.
코스피 지수는 올해 들어 71%나 상승하며 연간 상승률로 199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랠리를 주도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우량주를 모은 코스피 200 지수의 연간 상승률은 83%로 이보다 높다.
삼성증권의 전균 파생상품 애널리스트는 "코스피 변동성 지수의 수준은 코스피가 역사적 고점에 도달한 가운데 투자자들의 불안을 반영한다"면서 증시의 조정이 임박했다는 뜻은 아니라고 말했다.
전 애널리스트는 다만 "랠리에 대한 기대가 과도해졌고 콜옵션은 고평가된 듯하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자체 데이터를 인용해 콜옵션과 풋옵션의 가격이 모두 상승했다며 특히 코스피200이 10% 이상 상승할 거란 1개월 만기 콜옵션의 내재 변동성은 최근 1년 평균치를 웃돈다고 전했다.
지난주 코스피가 4월 이후 최악의 주간 낙폭(3.7% 하락)을 기록한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200 지수와 연계된 선물 약 1조6천5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파생상품 업체 클리프턴 디리버티브의 존 레이는 최근 올린 게시글에서 위험 회피를 위해 옵션을 이용하라고 권고했다. 그는 코스피 랠리가 피로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면서 투기성 자산 거래에 조기 경보를 내렸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 '오징어게임 시장: 한국의 개미 투자자들이 미국 밈 주식을 이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특유의 공격적 투자 문화를 미 증시에 이식하고 있는 개미 투자자들을 조명했다.
FT는 "한국의 개미 투자자들이 일부 미 상장 기업들의 주가가 극적으로 요동치는 데 기여하고 있다"며 "이들이 국내 시장에서 오래 써온 공격적 투자 전략을 호황기의 월가로 가져왔다"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고위험에 대한 내성과 집단 행동, 차입 투자로 유명한 한국 투자자들이 올해 미국 증시로 몰려들며 이들의 미 주식 보유고가 10월 말 기준 사상 최대인 1천700억달러(약 249조원)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아케이디언 애셋 매니지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오언 라몬트는 이런 투기성 자금의 유입이 가치평가를 왜곡해 미국 시장의 속성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초 쓴 '오징어게임 주식 시장'이란 글에서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여러 해 동안 투기성 주식에 투자해왔다며 미국 주식 시장이 한국 주식 시장처럼 변할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CLSA의 한국 주식 전략가 심종민은 이런 미국 주식 투자 열풍이 한국의 값비싼 부동산 가격 및 부의 불평등과 연관돼 있다고 진단했다고 FT는 전했다. 부동산 가격의 급등이 많은 평범한 한국인들을 금융 자산 투자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