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곽재근 기자] 다음달 10일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서울 아파트 거래가 늘어난 가운데, 비강남권의 15억원 이하가 거래를 주도하고 있다.
다주택자의 매물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도 전세를 낀 매수가 가능하지만 매수 대상자가 무주택자로 한정되고, 강력한 대출 규제도 작동하면서 중저가 위주로 거래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 3월 거래 신고 벌써 2월의 78%…강북 등 비강남권 거래 늘어
12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실거래가 신고 자료(계약일 기준)를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매매 계약 건수(공공기관 거래, 해제거래 제외)는 올해 1월 5천361건에서 2월에 5천705건으로 늘고 3월은 11일 집계까지 4천437건이 신고됐다.
3월 계약분은 거래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로 아직 20일가량 남아 있는데 이미 전월의 78%까지 거래 신고가 이뤄진 것이다.
시장에선 이런 추세면 3월 거래량이 2월 거래량을 넘어설 것으로 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23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와 세제개편 추진을 공식화하고, 이후 임차인을 낀 매수까지 허용하면서 급매물 등 거래가 증가한 것이다.
3월 거래량은 특히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비강남에서 많이 늘었다.
3월의 거래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임에도 중구(110.0%)와 중랑구(102.0%)는 이미 2월 거래량을 넘어섰고, 도봉구(98.5%), 금천구(95.9%), 서대문구(90.4%)는 2월 거래량의 90% 이상이 신고됐다.
종로구(85.0%), 구로구(84.7%), 노원구(84.4%), 관악구(83.0%) 등도 전월 거래량의 80%를 넘었다.
이에 비해 아파트값이 높은 강남권과 한강벨트 지역은 2월 대비 거래량이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용산구(51.1%)와 광진구(54.5%), 서초구(56.5%) 등은 현재까지 전월 거래량의 절반 정도만 신고됐고, 강동구(64.9%), 성동구(66.7%), 영등포구(68.7%), 동작구(68.8%) 등은 70% 수준에 못 미쳤다.
아파트값이 높은 강남권은 3월의 경우 주로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매수·매도자가 거래 약정를 체결하고, 3주(15영업일)간의 구청 토지거래허가 기간을 거쳐 계약서를 작성하기까지 약 한 달가량의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2월부터 나오기 시작한 급매물은 2월 말∼3월 이후 계약서를 썼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면적 84.8㎡는 올해 2월 초 35억원에 계약됐으나, 3월에는 31억5천만∼33억원, 4월 4일과 6일에는 각각 31억원짜리 급매물이 신고됐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99㎡는 2월 말 30억원 거래가 신고됐으나 3월에는 27억5천만원으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93㎡는 2월에 57억원대에 팔렸다가 3월에는 2억원 낮은 55억원이 신고됐다.
그러나 저가 아파트 밀집 지역은 가격 하락폭이 크지 않거나 오히려 높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노원구 상계동 주공10단지 고층 전용 45.9㎡는 2월 거래가가 5억원에서 3월에는 4억8천만원대로 떨어진 반면, 상계 주공11단지 전용 68.8㎡는 3월 거래가가 7억7천만원으로, 2월 거래가(7억6천만원)보다 올랐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강북은 상대적으로 싸다는 인식에 매물이 나와도 가격 하락 효과는 크지 않은 것 같다"며 "결과적으로 한시적인 갭투자 허용으로 토허구역 지정 이후 막혀있던 거래에 숨통은 트인 셈"이라고 말했다.
◇ 15억원 이하가 85% 차지…평균 매매가도 하락
비강남권의 거래량이 늘면서 중저가 거래 비중은 더 커졌다.
15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올해 1월 79.0%였으나 2월에는 81.3%로, 3월 들어서는 85.4%로 증가했다.
15억원 이하 아파트는 주택담보대출이 최대 6억원까지 가능해 한시적 갭투자 기회를 이용한 매수가 많았다는 방증이다.
이에 비해 대출 한도가 4억원으로 줄어드는 15억∼25억원 거래 비중은 1월 15.0%에서 2월은 13.7%, 3월은 11.0%로 감소했다.
2억원의 대출만 가능한 25억원 초과 비중은 1월 6.0%에서 2월 5.0%, 3월에는 3.6%로 줄었다.
이에 따라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올해 1월 11억7천416만원에서 2월에 11억2천23만원, 3월 10억767만원으로 하락했다. 아직 신고 건수가 많지 않지만 4월의 평균 거래가는 9억7천184만원으로 10억원 미만이다.
특히 급매물 위주로 거래된 강남권은 평균 매매가가 서초구의 경우 2월 27억6천314만원에서 3월에는 21억3천160만원으로 하락했고, 강남구는 26억4천337만원에서 21억7천350만원으로 떨어졌다.
광진구는 2월 14억132만원에서 3월 평균 12억8천232만원으로 내려왔다.
시장 전문가들은 정부가 매물 유도를 위해 '5월 9일 계약'에서 '5월 9일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하는 경우'까지 양도세 중과를 유예해주기로 했지만 4월 이후 거래량이 크게 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주택자 가운데 매도할 사람은 이미 서둘러 급매물로 던졌고, 고가 아파트는 대출 규제에다 보유세 부담 등으로 매수세도 활발하게 유입되지 않고 있어서다.
잠시 증가하는 듯했던 매물도 일단 다시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3월 하순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이던 서울 아파트 매물은 지난 6일 7만5천501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5월9일 허가신청분까지 양도세 중과 유예 의사를 밝힌 뒤 8일에는 7만7천건까지 증가했으나 이후 사흘 연속 감소해 11일에는 7만6천498건으로 줄었다.
송파구 잠실의 한 중개사무소 대표는 "다주택자 대출이 막히고 비거주 1주택자까지 임차인을 낀 매수가 허용되면 매물이 늘어날 수 있지만 많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주택자들은 이미 집을 팔거나 증여로 돌아선 상태여서 이후 시장 상황은 지방선거 이후 보유세 개편안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