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신예은 기자] 27일(현지시간) 오전 9시 런던으로 가는 기차에는 20명 자리에 13명이 앉았는데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턱스크'도 아니고 다들 코를 다 덮도록 꼼꼼하게 썼을 뿐만 아니라 효과가 떨어지는 천 마스크는 많지 않았고 덴탈 마스크보다 품질이 좋아 보이는 마스크도 눈에 많이 띄었다. 다음 역에서 전화를 하며 기차에 오르는 젊은 여성 한 명만이 '노마스크'였다.
영국 잉글랜드에서는 이날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과 코로나19 백신 패스 사용 등의 '플랜B' 방역 규제가 해제됐다. 오미크론 변이가 퍼지기 전의 '자유' 시기로 돌아갔다.
재택근무 권고가 19일 폐지돼 사무실 출근이 늘어나며 아침저녁엔 기차에 자리가 없어 서서 가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런던 주재 국내 금융계 인사는 런던 금융가는 이제 약 75%가 출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역시 파견 근무 중인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전면 재택근무에서 하이브리드(재택과 사무실 근무 병행) 근무로 돌아가서 전날 런던 시내 사무실에 나갔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이제 '독감처럼'을 내세우며 2월 입국규제 완화도 예고했고 3월엔 확진자 자가격리마저 없앨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아직 하루 확진자가 약 10만명씩 새로 나오는 상황에 대부분은 신중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작년 7월 19일 '자유의 날'에 마스크 착용 의무를 포함한 봉쇄 규정이 모두 없어지고 오미크론 변이가 등장하기 전까지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그 당시에도 런던교통공사(TFL)나 철도회사 등은 지금처럼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을 요구했지만 '노마스크' 승객이 절반에 가까웠고 그나마도 제대로 갖춰 쓰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지하철이 들어올 무렵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힌 하늘색 덴탈 마스크를 꺼내서 쓰면 양호한 편이었다.
이날 런던 남부 최대 기차역인 워털루역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체로 이번 방역규제 해제가 너무 이르다는 의견을 냈다. 백신 접종이나 백신패스 사용에 관해서는 대개 긍정적이었다.
런던에 놀러 왔다가 서머셋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는 은퇴한 노부부 피터와 제인씨는 "아직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하면서 주의해야 한다"며 "작은 불편일 뿐"이라고 말했다. 마스크 착용 등 의무화가 필요하냐는 질문에 잠시 고민하고선 "그렇다"고 답했다.
피터씨는 "결국은 독감처럼 될 것 같다"며 "우리는 둘 다 매년 독감백신을 맞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백신패스 사용에 반대하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상관없다"며 디지털 코로나19 패스 대신에 종이로 된 백신접종 내역서를 꺼내서 보여줬다.
레스터에 사는 40대 직장인 제임스씨는 "재택근무를 하는데 오늘 회의가 있어서 사무실에 나오면서 기차와 지하철에서 계속 마스크를 썼다"며 "오미크론 변이가 덜 치명적이라고 나오지만 아직은 마스크 착용을 의무로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확진자 숫자를 보면 '독감'처럼 갈 것인지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다. 확진자 자가격리 폐지 계획에 관해서는 "미친 짓"이라고 비판하면서 "자가격리도 안하는데 검사를 할 이유가 없고, 그러면 공식적인 감염률이 낮아지고, 무료 검사에 들어가는 비용이 줄어들고, 새로운 변이가 나와도 파악이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