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나재희 기자] 여야는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비상계엄' 사태 관련 긴급 현안 질의에서 계엄에 관여한 군 인사들을 질책했다.
3성 장군 출신인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은 이날 "선배로서 가슴 아프고 말할 수 없는 자괴감이 든다"며 "저도 군 생활 때 계엄이 있으리라고 생각도 안 했고, (계엄에 대한) 스터디 자체도 안 했다. 여러분들이 그 희생양이 됐다"고 말했다.
유용원 의원도 "정말 초유의 사태를 맞아서 혹시라도 안보 상황에 빈틈이 발생하거나 부정적 이슈가 생긴다면 국민들이 더 불안해하고 군에 대해 실망할 것"이라며 "정국이 수습될 때까지 군은 고도의 군사 대비 태세를 유지하면서 본연의 임무 수행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했다.
국민의힘 소속 성일종 국방위원장은 "오직 명령만을 수명한 채 출동했던 군인들은 어디로, 왜, 출동했는지도 모르고 나섰다가 자괴감에 괴로워하고 있다고 한다"며 "군 지휘부는 철저히 수사해서 엄벌에 처해야 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무고한 참군인들까지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은 (재임 기간이) 10개월, 정형균 전 육군사관학교 교장은 7개월이다. 이렇게 단명한 이들의 공통점은 내란 주동자들과 교체됐다는 것"이라며 "계엄을 위한 퍼즐을 급하게 맞추다 보니까 이렇게 무리하게 인사가 이뤄지지 않나 생각된다"라고 주장했다.
황희 의원은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계엄 경위를 묻는 위원들의 질의에 '김용현 전 장관의 명령을 받았다'는 취지로 답변을 이어가자 "마치 이등병이 상병·병장한테 명령받은 것처럼 이야기한다. 창피하지 않나"라며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은 민간인이다. 무슨 명령을 받아서 움직였다고 하나. 그럼 뒤에 있는 부하들은 뭐가 되나"라고 질타했다.
부승찬 의원은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로 널리 알려진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 문구를 들면서 "우리 군이 문민통제를 지향하는 데 있어서 이 문구만큼 좋은 게 없는데, 국민들한테 총부리를 겨눴다. 실탄이 장전됐든 안 됐든(중요하지 않다)"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국민의힘 임종득 의원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과,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이 민주당 김병주 의원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계엄 작전 실행 경위를 설명하고 사과 입장을 밝히는 인터뷰를 한 것과 관련 "많은 분이 지금 군의 기강이 제대로 서 있느냐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지난 3일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에 여당 국방위원들이 참여하지 않은 점을 두고 "최소한 국방위원은 여야 할 것 없이 참가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할 때도 본회의장을 이탈했다. 도대체 이야기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국방위에는 국방부와 합참 주요 당국자와 작전부대 지휘관 등 고위 장성을 포함한 50여명의 현역 군인이 출석했다. 정보사령관과 특전사령관, 사이버작전사령관, 드론작전사령관 등 작전부대 지휘관들이 대거 국회로 출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국회에 출석한 군 인사들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특수전사령관 산하 이상현 1공수여단장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는 모습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