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이현숙 기자] 대표 국책금융기관인 한국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위한 법 개정이 연내 이뤄질 지 관심이 쏠린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 7월 부산 이전 계획 연구용역을 통해 모든 기능과 조직을 부산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금융당국에 보고했다.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는 전체 기능을 이전해야 온전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취지에서 모든 기능과 조직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안을 채택했다. 이는 여의도에 최소인력인 100여 명만 두고 전부 이전하는 안이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서 비롯됐다.
산업은행을 여의도에서 부산으로 옮김으로써 부산을 세계적 해양도시, 무역도시로 발전시키겠다는 취지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해 5월 국정과제에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포함해 발표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지난 5월에는 국토교통부가 산업은행을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정·고시해 행정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제 남은 것은 본점 위치를 '서울'에서 '부산'으로 변경하는 산업은행법 개정이다.
법 개정을 위해서는 국회의 협조가 필수요건이다.
국민의힘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위한 법안을 정기국회 최우선 과제로 선정했지만, 국회 과반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에서는 수도권 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반대하고 있지만, 부·울·경 민주당 의원들은 산업은행법 개정에 찬성하고 있다.
민주당 박재호 의원은 부·울·경 민주당 의원들과 뜻을 모아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산업은행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이달 초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산업은행법 개정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인 가운데 여야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산·울산·경남 민심을 고려해 연내 절충점을 찾아 여야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따라 부·울·경 상공인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산업은행법 개정을 위해 정치권을 압박하고 나섰다.
부산·울산·경남 상공계가 주도하고, 학계와 시민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 추진협의회'가 지난 26일 출범했다.
추진협의회는 장인화 부산상의 회장, 이윤철 울산상의 회장, 구자천 창원상의 회장 등 포함한 공동대표 9명과 고문 19명, 운영위원 23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산업은행의 조속한 부산 이전을 위해 여야 지도부 및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 면담, 릴레이 형식 기자회견과 성명 발표 등 연내 산은법 개정을 위한 전방위적인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부산 시민사회단체들도 "여야는 부산의 국제금융 역량 강화와 지역 균형발전, 지역소멸 극복을 위해 이번 21대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위한 산업은행법 개정을 완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와 산업은행 노조는 여전히 본점 부산 이전에 반발하고 있다.
노조 측은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면 수도권에서 쌓아온 경험과 네트워크 등이 일시에 무너져 은행 시스템이 흔들리게 된다"며 "특히 외부 컨설팅 용역 과정에서 정부와 국민의힘이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산업은행이 서울에 있는 본사를 부산으로 완전히 이전하기 위해선 관련 법안 통과 이외에도 사옥 건립 등으로 인해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본사 이전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동남권 조직을 확대하고 지역 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올해 들어 혁신기업 벤처투자와 지역개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을 목적으로 '동남권투자금융센터'를 신설했고, 해양 특화 금융 서비스 강화를 위해 '해양산업금융2실'을 신설해 관련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산업은행은 부산 스타트업 창업과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부산시와 공동으로 '부산 혁신창업타운'을 조성하기로 했다.
지난 26일에는 부산시, 산업은행, BNK금융지주가 1천억원 규모의 벤처투자 펀드 조성을 추진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부산에서는 산업은행 본사 이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장인화 부산상의 회장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의 의미와 효과는 엄청나다"며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부·울·경을 중심으로 한 동남권 경제를 활성화하고 부산을 국제금융중심 도시로 성장시키는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