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이현숙 기자] 한국은행이 오는 27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견조한 수출, 내수 회복세 등을 근거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잠재 성장률 수준인 1.8∼1.9%로 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올해 성장률이 워낙 낮았던 기저효과 영향이 크고 미국 관세 영향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어, 경제 주체들이 경기 회복세를 체감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올해 성장률 1.0%…내년 전망치 1.8∼1.9%로 상향"
24일 연합뉴스가 경제 전문가 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대부분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9%에서 1.0%로, 내년은 기존 1.6%에서 1.8∼1.9%로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12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경제 성장률은 수출 호조와 소비 회복세에 힘입어 1.2%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올해 4분기 성장률(전 분기 대비)이 -0.1%만 나와도 연간 1.0% 성장률 달성이 가능한 상황이다.
한은이 내년 전망치를 1.8∼1.9%로 높이면 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1.8%, 주요 투자은행(IB) 8곳의 지난달 말 평균 전망치 1.9%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한국금융연구원(2.1%)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2%) 전망치보다는 낮다.
전문가들은 성장률 전망 상향의 배경으로 수출이 미국 관세 우려에도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고, 소비쿠폰 등 영향으로 내수도 살아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올해 1.0%, 내년 1.9%를 전망하며 "수출이 미국 관세 영향을 잘 버티고 있고, 소비쿠폰 효과 등으로 내수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경기가 예상보다 나빠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1.0%, 내년 1.8%를 제시했다.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은 내년 수출 증가율을 -0.1%로 전망했는데 수출이 예상보다 견조하기 때문에 내년 수출 전망이 상향 조정될 여지가 크다"며 "소비와 건설도 회복 흐름을 보인다"고 밝혔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은이 올해 1.0%, 내년 1.8∼1.9%로 성장률 전망치를 높일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올해 3분기가 워낙 좋았고, 내년에는 올해 낮았던 기저효과에 더해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등도 올해보다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조영무 NH금융연구소장은 "한은의 8월 전망치와 비슷한 견해"라며 "내년 성장률을 1%대 중후반 정도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성장률 중 많은 부분은 올해 성장률이 낮았던 기저효과"라며 "하반기로 갈수록 이 기저효과는 사라지게 되고, 경제주체들이 체감할 수 있을 만큼 경제가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년 미국 관세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고, 한미 관세 협상 관련해 불확실성도 크다"며 "건설투자 부진이 계속되고 있어 내년 경기 회복세도 미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 "1.470원대 불안한 환율…물가 전망도 소폭 올릴 듯"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두고는 한은이 올해 2.0%, 내년 1.9%에서 소폭 상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 중후반까지 오르면서 수입 물가 부담이 커진 데다 올해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세도 이어진 영향이다.
조영무 소장은 "한은이 보는 것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올해와 내년 소비자 물가 상승률 1%대 안착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 수준이 높아 수입 물가를 통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큰 데다, 한은 이야기처럼 성장률이 내년에 높아진다면 총수요 쪽 인플레이션 압력도 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도 올해 2.1%, 내년 2.0%를 전망하면서 "수요 회복과 아웃풋갭(잠재성장률과 실질성장률 격차) 축소에 따른 수요자 측 압력뿐 아니라 원화 약세 영향으로 공급자 측 상향 조정 요인도 더해졌다"고 밝혔다.
안예하 키움증권[039490] 선임연구원은 올해 2.2%, 내년 1.9%를 제시하며 "올해 농수산물 가격 상승에 따라 소폭 상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도 올해 2.1%, 내년 2.0%를 예상하며 "개인 서비스 가격 오름세,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등을 고려하면 물가 전망치를 소폭 상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내년 원/달러 환율이 내리면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장민 선임연구위원은 "내년 환율이 현 수준보다 내리면서 하향 안정화되고 미국 금리 인하 등이 겹치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올해 2.0%보다 낮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주원 경제연구실장도 "최근 물가 불안은 대부분 환율 영향"이라며 "환율이 안정되면 물가도 안정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