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박양지 기자]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의 '미래 의사 부족' 추계와 관련한 의사들 반발에 환자·시민·노동단체들이 "직역 이기심으로 절차를 흔들지 말라"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환자단체연합회로 구성된 국민중심 의료개혁 연대회의는 5일 이 같은 입장을 냈다.
의료 공급자·소비자·연구자 등으로 구성된 추계위는 지난달 말 2035년에는 의사가 1천535∼4천923명, 2040년에는 5천704∼1만1천136명가량 부족할 것이라는 추계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사 노동량과 생산성, 의료 이용량의 증가 비율 등이 정확하지 않다며 "중요 요소들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시간에 쫓겨 결과를 발표해 유감"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연대회의는 "의료계가 추계위 과정에서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가정과 변수를 밀어 넣어 영향력을 행사해놓고 이제 와서 '근거가 없다'며 결과를 흔들고 있다"며 "추계위는 공급자 측이 영향력을 행사하기 쉬운 구조인데, 자신들이 참여한 논의 구조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책임 회피"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추계 과정에서 의료 이용량은 축소된 반면, 고령 의사의 활동성은 과대 평가돼 미래 의사 부족분이 축소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 공백이 발생한 2024년에는 치료가 지연돼 환자들의 의료 이용이 강제적으로 억제됐고, 고령의 의사들이 전공의들의 업무를 무리하게 대신한 면이 있어 이들의 임상활동 확률(실제 의료 현장에서 환자를 진료할 확률)이 부풀려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단체들은 또 의료계가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향상을 증원 반대의 근거로 제시하는 것에 대해 "AI로 절감되는 시간은 환자 안전 관리와 진료 시의 충분한 설명, 다학제 협진에 쓰여야 한다"며 "AI 생산성 시나리오를 '증원 회피 장치'로 쓰지 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남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 의과대학 정원 최종 결정 절차에 대해 "정원만 늘리고 근무·교육·지역 인프라를 손 놓는 방식은 또 다른 불평등을 낳을 뿐"이라며 확대된 정원이 지역·필수·공공의료 분야에 적절히 배치되도록 정책 패키지를 마련하라고 당부했다.
이에 비해 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추계 결과가 시간에 쫓겨 객관적 근거 없이 나왔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의대생 학부모 단체도 추계위가 졸속으로 진행됐다며 추계위 구성·운영 및 추계 결과의 문제점과 2027학년도 의대 증원 결정 구조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전국의대학부모연합은 "최근 공개된 추계위 9·10차 회의록을 보면 충분한 신규 자료 검토 없이 기존 추계 방식에 의존하는 발언, 시간 부족을 이유로 한 토론·검증 생략, 위원들의 대안적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정황이 반복적으로 확인된다"며 "결과 발표 시점에 맞추기 위해 숙의와 검증 과정이 희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연구진은 '부여된 시간이 길지 않았다'며 딥러닝, 마이크로시뮬레이션 등 보다 정교한 분석 기법을 적용하지 못한 한계를 스스로 인정했다"며 "국가 의료체계의 장기적 방향을 좌우할 정책이 시간 부족을 이유로 제한적인 분석 방식에 근거해 논의되는 점은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