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김용숙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당일 돌연 취소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검찰총장 시절 겪었던 법무-검찰 갈등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검찰총장 시절 법무부와 여러 차례 충돌하며 고초를 겪었던 윤 당선인 측이 업무보고를 계기로 그동안 쌓였던 불신과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2019년 7월 검찰총장에 취임한 후 법무부와 여러 차례 충돌하며 대립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뒤를 이어 2020년 1월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취임 직후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하면서 여권을 겨냥한 수사팀 지휘부를 사실상 해체했다.
추 전 장관은 인사를 앞두고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게 인사 관련 의견을 내라고 통보했지만, 대검은 인사 명단도 보지 못한 상태에서 의견을 내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이를 거부했다. 추 전 장관은 이후 국회에 출석해 "검찰총장이 저의 명을 거역했다"고 공개 비판했다.
두 사람은 이후 2020년 7월 '채널A 사건'을 둘러싼 수사 지휘권 발동 국면에서 다시 한번 충돌했다.
추 전 장관은 윤 당선인의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일선 수사팀과 대검이 마찰을 빚자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를 막는 내용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역대 두 번째 사례였다.
대검은 절충안으로 독립수사본부를 구성해 수사를 일임하는 방안을 법무부에 제안했지만, 추 전 장관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결국 대검은 수사지휘권 발동 일주일 만에 "수사지휘권 박탈은 형성적 처분"이라며 지휘를 받아들였다.
추 전 장관은 같은 해 10월 라임자산운용의 로비 의혹과 윤 당선인 가족 의혹 사건의 수사 지휘에서 총장이 빠지라는 수사지휘권을 또 한 번 발동했다. 이들의 갈등은 추 전 장관이 검찰총장 징계 청구를 하고 직무집행 정지 명령을 내리면서 절정에 달했다.
추 전 장관은 각종 잡음 속에서도 검사징계위원회를 강행해 윤 당선인에 대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끌어냈지만, 법원이 징계처분 효력 정지를 결정하면서 윤 당선인은 다시 검찰총장 업무에 복귀했다.
뒤이어 출범한 박범계 장관 체제에서도 법무-검찰 갈등은 계속됐다. 박 장관은 취임 후 단행한 검찰 인사에서 최종 인사안에 대한 윤 당선인의 의견을 묻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총장 패싱'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윤 당선인은 이후 여권에서 검찰 직접 수사 폐지를 전제로 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를 추진하자 "검수완박은 부패완판"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발하다 검찰총장직을 내려놨다.
법조계에서는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시절 겪었던 이러한 갈등이 이번 '업무보고 퇴짜' 사태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관들과 충돌하며 누적됐던 윤 당선인의 법무부를 향한 반감과 분노가 업무보고를 계기로 폭발했다는 것이다.
인수위 업무보고에 관여한 법무부 실·국장 및 과장들 가운데 '친여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다수 포진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과거 갈등 국면에서 법무부나 여권의 편에 섰던 간부들이 많은 만큼, 이들에 대한 당선인의 불신이 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실제로 윤 당선인은 인수위에 전문위원으로 검사들을 파견받으면서 법무부 소속 검사들을 한 명도 받지 않았다. 인수위는 법무부가 파견을 추천했던 인사들에 대해서도 모두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