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박양지 기자]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던 직장 동료가 '퍽치기'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시작했어요.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던 차에, 마침 방범대 모집 공고가 떠서 곧장 지원했죠. 그렇게 시작한 일이 이제 하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과가 됐어요. 평일, 휴일 가리지 않고 매일 저녁 나가고 있습니다."
울산시 동구에 사는 박원철(69) 씨는 저녁마다 동네를 순찰하는 봉사를 하고 있다.
지역 안전을 지키려는 정의감에 시작한 일이, 그 과정에서 느낀 충만한 보람과 만족감으로 꼬박 30년째 이어지고 있다.
박씨는 동구 서부1차 자율방범대 창단 대원으로 참여했고, 올해로 20년째 대장을 맡으며 70여 명의 대원을 이끌고 있다.
순찰은 대원들이 조를 구성해 요일별로 활동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장인 박씨는 순서나 날짜 구분 없이 매일 활동에 나서고 있다. 계절이나 악천후에도 아랑곳없다.
그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자면, "울산에 있으면 무조건 나간다"고 한다.
집을 떠나 울산을 벗어나지 않는 한, 순찰 봉사는 밥을 먹거나 잠을 자는 일과 다름없는 일상이 됐다는 것이다.
이런 헌신은 지역사회에서도 정평이 났다. 박씨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21년 경찰의 날에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다.
왜 이렇게나 봉사에 매진하는 것일까. 가족들의 불만은 없었을까.
"분실한 지갑을 찾아줘 고맙다며 몇번이나 간식을 가져다주신 분, 버스정류장에서 취객 지갑을 훔치는 범죄를 목격하고 신고해 범인을 잡았던 사례, 밤길이 안심된다는 주민들의 말 등 보람을 느끼는 일이 너무 많아요. 가족들도 제 활동을 잘 이해해 줬어요. 아내도 약 18년째 방범대 일을 돕고 있고, 두 딸도 훈장까지 받는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합니다."
서울에서 태어난 박씨는 철강회사 공장장을 지낸 아버지 덕분에 어렵지 않은 유년 시절을 보냈다.
운동을 좋아해서 중고교 시절 복싱 선수로 활약했고, 함께 운동하던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1975년 공수특전사 부사관으로 입대했다.
육해공을 넘나드는 고난도 침투 훈련 등 절대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7년 간의 군 생활은 그를 누구보다 단단하게 만들었다.
전역 후 지인 소개로 울산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전기 계통 기능인으로 30년간 근무했다.
박씨가 처음 자원봉사를 시작한 것도 직장에서다.
"1980년대 당시 울산 근해가 오염돼 어부들이 먼바다까지 나가서 조업하는데, 공수특전동지회가 수중 쓰레기 수거 봉사를 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스킨스쿠버에 능숙한 저도 곧장 사내 특전동지회에서 가입했고, 그것을 계기로 울산공수특전동지회 소속으로 38년간 수변·수중 정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매년 여름에 8∼9회에 걸쳐 주요 어항에서 물 아래 쌓인 폐기물을 걷어내는데, 한 번에 120여 명이 작업하면 쓰레기가 8t 트럭을 꽉 채울 정도입니다."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지만, 박씨는 여전히 원기 왕성하다. 하루 1만 걸음 이상을 걷고 휴일에 3시간씩 등산을 하며 체력을 다진 덕에 아직은 방범 순찰도, 해양 정화 활동 지원도 너끈하다.
30년을 근무한 조선소에서 퇴직하고도 '딱 하루'를 쉬고 협력업체에 재취업, 10년째 직장 생활을 이어올 정도로 체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
"자원봉사 활동 덕분에 활력을 얻는 것 같습니다. 몸과 마음이 모두 충전되는 효과가 있어요. 많은 분이 '봉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씀하시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생각이나 마음을 조금만 바꾸면,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봉사입니다. 특히 요즘 봉사를 시작하려는 청년들이 드물지만, 일단 시작하고 스스로 만족하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주저하지 말고 봉사에 참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