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나재희 기자] 정부가 30일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한 '쌍특검법'(김건희 여사·채상병 특검법)과 지역화폐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하면서 국회 재표결을 둘러싼 여야 간 힘겨루기가 재연될 전망이다.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이들 3개 법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는 안건을 의결했고, 윤 대통령의 재가 시한(다음달 4일)을 고려하면 재표결 시점은 그 이후가 된다.
재표결을 위한 본회의 개의는 다음달 4일 또는 5일이 유력시된다. 윤 대통령이 시한이 되기 전에 재가할 경우 4일 본회의를 열어 재표결에 부치고, 4일 늦게 재가해 당일 개의가 어려울 경우 토요일인 5일에라도 본회의를 여는 방안이 더불어민주당에서 거론된다.
민주당은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전 재표결을 마쳐야 한다는 입장이고,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 나와 "10월 10일 전에는 특검법이 공포가 되든 되지 않든, 가결되든 부결되든 그것을 확정지어줘야 한다"며 이같은 입장에 동조했다.
재표결에 부쳐진 법안의 가결 요건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다. 재적 의원 전원 출석을 가정할 때 국민의힘 의원 108명이 모두 반대할 경우 부결된다.
앞서 윤 대통령이 21대 국회 회기 중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 14건 중 수정안으로 합의 처리한 '이태원특별법'을 제외하면 모두 재표결에서 부결되거나 회기 만료로 폐기됐고, 22대 국회에서도 두 번째 '채상병 특검법'을 비롯해 '방송 4법', '전국민 25만원 지원법', '노란봉투법' 등이 모두 재표결 부결로 폐기됐다.
국민의힘은 이번에도 소속 의원 전원이 '단일대오'로 뭉쳐 쌍특검법과 지역화폐법을 부결·폐기한다는 방침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거대 야당의 악법 횡포를 막아내는 것은 여당의 책무"라며 "재의하게 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다시 한번 하나로 똘똘 뭉쳐 폐기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는 당정 지지율 하락과 맞물려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여당 내 이탈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야당 의원들이 전원 찬성하고 여당에서 이탈표가 8명만 나오면 법안은 의결된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쌍특검법의 경우 특검의 법적 요건에 부합하지 않고, 지역화폐법 역시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을 들어 "이번에도 이탈표는 없다"고 자신하는 분위기다.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정광재 대변인은 MBC 라디오에서 "특검법 관련해선 우리가 반대하는 명백한 법리적 이유가 있다"며 "현재 구조에서 8표 이상의 이탈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재표결의 가·부와 무관하게 이를 통해 대여 공세 수위를 바짝 끌어올린 뒤 국정감사에 돌입해 김 여사와 관련해 제기한 의혹들을 집중적으로 파헤칠 태세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정감사 과정에서 추가로 제기된 의혹이 있거나 밝혀진 내용이 있다면 이를 고려해서 특검법을 보강해서 재발의하거나 국정조사를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