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곽재근 기자] 충북도의 도립파크골프장 조성사업에 앞마당을 내준 동물위생시험소가 냉가슴을 앓고 있다.
파크골프장 조성으로 산하 축산시험장의 초지가 줄어든 가운데 이 시험장 이전 작업은 답보 상태에 빠졌고, 공사 과정에서 정전·단수 등 잦은 사고로 피해를 겪고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여서다.
12일 충북도에 따르면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에 있는 축산시험장 초지 중 약 5만㎡에 45홀 규모의 파크골프장 조성 공사를 마치고 오는 30일 준공식을 열 계획이다.
다만 47억원이 투입된 이 파크골프장은 도가 운영 근거 등이 담긴 조례 제정 등 선행 절차를 완비하지 못해 실제 개장을 내년으로 미뤄야 하는 상황이다.
도는 개장과 별개로 '준공 팡파르'를 울리겠다는 생각인데, 동물위생시험소 입장에선 달갑지만은 않다.
도는 늘어나는 파크골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축산시험장 이전 계획이 확정되지도 않은 지난 5월 파크골프장 조성 공사의 첫 삽을 떴다.
지역사회에서 '선후가 바뀐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이 거셌지만, 도는 강행 의지를 꺾지 않았다.
이러는 사이 2029년까지 450억원을 들여 지금의 축산시험장을 영동군 일원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은 행정안전부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답보하게 됐다.
축산시험장 이전 시점을 기약할 수 없게 된 가운데 소 등 사육 동물들의 먹이이자 보금자리인 초지가 줄어든 만큼 축산시험장은 매년 2억원 안팎의 사료비를 추가 지출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동물위생시험소는 파크골프장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애먼 우여곡절도 겪었다.
지난달 4일 오전 주차장 공사를 하던 포크레인이 지하 고압전선을 훼손해 시험장 전 시설이 정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용량 발전기 2대가 긴급 투입되면서 당일 저녁 늦게서야 전기 공급이 재개됐으나, 완전 복구까지는 8일이 걸렸다.
1억여원에 달하는 복구비는 시행사인 충북개발공사와 시공사가 분담 논의 중으로 전해진다.
이보다 앞서 지난 8월 19일에는 작업 중 지하수관 파손으로 시험장 축사에 물이 끊기자 다음 날까지 급수차로 물을 퍼 날라 물탱크를 채우기도 했다.
파크골프장 조성은 아직 끝이 아니다.
도는 최종 100홀 이상 조성을 목표로 부지 확장 및 편의시설 마련을 위한 2단계 사업에 나설 방침이다.
2단계 사업 부지 확보를 위해선 축산시험장 내 양잠시설물 이전이 뒤따라야 한다.
동물위생시험소의 한 관계자는 "파크골프장 조성으로 일부 피해나 불편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시설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