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이현숙 기자] 한국인 일본군 위안부를 촬영한 18초짜리 흑백 영상이 발굴, 공개됐다.
그동안 한국인 위안부에 대한 증언, 문서, 사진 등이 공개된 적은 있지만 실제 촬영된 영상이 공개되는 것은 세계 최초다.
영상 속에는 중국 송산에서 포로로 잡힌 한국인 위안부를 포함해 7명의 여성의 모습이 담겨 있다. 미‧중연합군 산하 제8군사령부 참모장교 신 카이(Shin Kai) 대위(중국군 장교)로 추정되는 남성은 한 명의 ‘위안부’ 여성과만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나머지 여성들은 초조하거나 두려운 표정으로 침묵하고 있다.
영상 속 장소는 미‧중연합군 제8군 사령부가 임시로 사용한 민가 건물로, 이곳에서 ‘위안부’ 포로 심문(Interrogation)이 이루어졌다. 포로로 잡혔을 당시 만삭이었던 고(故) 박영심 할머니는 탈출 과정에서 사산해 중국군의 치료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영상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서울시와 서울대 인권센터(서울대 정진성 교수 연구팀, 이하 서울대 연구팀)는 2년간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이 소장하고 있는 수많은 필름 릴(reel) 가운데 수백 통을 일일이 확인해 70년 넘게 잠자고 있던 이번 영상을 발굴했다고 5일 언론에 공개했다.
영상은 당시 미‧중연합군으로 활동했던 미군 164통신대 사진대 배속 사진병(에드워드 페이(Edwards C. Fay) 병장 추정)이 1944년 9월 8일 직후 촬영해 소장했던 것이다.
발굴 조사는 국내외 일본군 ‘위안부’ 관련 사료를 수집하고 기록물로 관리해 역사적 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서울시의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관리사업」의 하나로 이뤄졌다.
이로써 서울시와 서울대 인권센터는 작년 말 위안부 피해자 10인의 증언과 미국‧태국 현지조사를 통해 새롭게 발굴한 역사적 입증자료를 망라해 교차분석한 사례집(「문서와 사진, 증언으로 보는 ‘위안부’ 이야기」)을 발표한 데 이어, 이번 영상물 자료까지 새롭게 발굴함에 따라 당시 일본군 위안부가 처했던 상황과 실태를 보다 명확하게 증명해내는 중요한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영상 속 인물들을 한국인 ‘위안부’로 입증할 수 있는 근거로 앞서 2000년 고(故) 박영심 할머니가 자신이라고 밝혔던 사진과 영상 속 인물들의 얼굴과 옷차림이 동일하다는 점을 제시했다.
또, 연구팀은 영상 속 한국인 위안부가 정확히 누구인지는 특정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이들은 미‧중연합군이 이후 포로 심문과정에서 생산한 ‘조선인 위안부 명부’에 있는 여성들이라고 설명했다.
송산에서 포로로 잡힌 ‘위안부’들은 이후 중국군이 쿤밍(곤명) 포로수용소로 데려갔다. 이때 작성된 쿤밍 포로 심문 보고서를 보면, 포로수용소에는 조선인 25명(여성 23명, 남성 2명)이 구속되었는데 조선인 가운데 10명은 송산 지역의 위안소에서 체포된 ‘위안부’들이었으며, 13명은 등충의 위안소에 있었던 ‘위안부’들이었다.(사진 오른쪽)
이때 작성한 명부엔 한국 이름과 당시 나이, 고향이 기술되어 있다. 포로 명단 가운데 고(故) 박영심의 이름도 명확히 표기되어 있다.(사진 왼쪽)
서울시와 서울대 연구팀은 지금까지 발굴한 문서, 증언, 사진, 영상 자료를 통해 ‘위안부’ 관련 연구와 외교적 역량을 높이는 한편, 시민참여 강연회 교육자료 등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 콘텐츠 제작에도 활용할 예정이다.
또한 서울시는 오는 9월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될 수 있도록 공모전, 학술대회, 전시 개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