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박양지 기자] 인천시가 전국 최초로 정당현수막 강제철거를 시행한 지 열흘 정도 지났지만 여전히 시내에는 많은 정당현수막이 남아 있어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24일 인천시에 따르면 시는 정당현수막 난립에 따른 시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옥외광고물 관련 조례를 개정하고 계도기간을 거쳐 지난 12일 정당현수막 강제 철거를 시작했다.
일선 지자체가 정당현수막 난립 문제를 풀기 위해 지역 정치권에 협조를 요청한 사례는 있어도 조례를 직접 개정해 정당현수막을 철거한 것은 인천시가 유일하다.
강제 철거 개시 이후 지난 12∼20일 10개 군·구가 철거한 정당현수막은 모두 348개다.
군·구별로는 연수구(100개)와 부평구(95개)가 가장 많은 편이고 옹진군(4개), 중구(5개), 계양구(6개). 강화군(14개)은 비교적 적었다.
이와 같은 지역 편차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정당현수막이 여전히 어지럽게 시내 곳곳에 걸려 있다.
일부 군·구에서는 민형사상 책임 등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강제철거에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도 있다.
일선 현장에서는 인천시 조례가 상위법과 충돌하는 데다 정당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경우 현장 공무원에 대한 보호 장치가 없어 적극적인 철거가 어렵다는 분위기다.
인천시는 지난 5월 옥외광고물 조례를 개정해 지정 게시대에 걸 수 있는 정당현수막을 국회의원 선거구별 4개 이하로 제한했지만, 행정안전부는 상위법 위임이 없어 위법하다며 대법원에 제소했다.
상위법인 옥외광고물법은 통상적인 정당 활동 범위의 정당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해서는 별도 신고나 허가를 받지 않고 제한 없이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인천시 조례와는 상충한다.
이런 탓에 현재까지 철거된 정당현수막도 대다수는 상위법인 옥외광고물법에 규정된 게시 기간(15일)을 위반했거나 어린이보호구역에 불법 게시된 사례다.
또 강제 철거보다는 정당이 자진 철거했거나 군·구가 미리 정당 측 의사를 묻고 철거한 사례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A구 관계자는 "시는 옥외광고물 조례를 강력하게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상위법과 충돌하는 문제가 있어 중앙정부의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며 "일선 구에서 상위법을 무시하고 적극적으로 강제 철거에 나서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B구 관계자도 "조례가 상위법과 충돌하는 문제가 있을뿐더러 특정 이슈가 있을 때 설치하는 정당현수막은 한두 달 전 미리 예약하는 지정 게시대를 쓰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수막을 직접 철거하는 공무원들을 법적으로 보호할 장치가 없다는 점도 군·구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수막을 게시한 정당이 강제 철거를 문제 삼아 고소·고발하거나 현장에서 다툼이 빚어질 경우 책임은 공무원이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앞서 인천시와 10개 군·구가 이달 중순께 연 정당현수막 철거 관련 회의에서도 일선 공무원에 대한 보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한 인천시는 정당현수막 강제 철거도 '적극행정 면책' 대상에 포함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제도는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위반 사항이 발생하더라도 공익성과 타당성이 인정되면 불이익을 주지 않는 제도다.
인천시 관계자는 "시 조례에 따라 정당하게 정당현수막을 철거했다고 하더라도 아직 상위법이 개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현수막 철거를 적극행정 행위에 포함하는 등 공무원을 보호할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