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나재희 기자] 여야가 22대 국회 개원 한 달 만에 원(院) 구성을 마쳤지만, 쟁점 법안의 본회의 처리를 둘러싸고 전방위적 충돌을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은 7월 4일까지인 6월 임시국회에서 채상병특검법과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는 방송3법은 물론, 방송 지배구조와 직결된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까지 통과시키려는 태세다.
국민의힘은 이들 법안이 원 구성 이전 야당이 상임위에서 단독 처리한 '반쪽짜리'라며 원천 무효를 주장하는 한편, 본회의에서마저 강행 통과될 경우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맞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108석 소수 여당으로서 거대 야당의 실력 행사를 막을 수 없는 만큼 야당의 '입법 폭주'를 부각하는 여론전에 우선 주력할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채상병특검법에는 진실 규명이 아닌 윤석열 정권 흔들기 의도가, 방송3법에는 야당의 방송 장악을 통한 차기 정권 탈환 목적이 기저에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 법안은 21대 국회에서도 야당 주도로 통과했으나,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로 국회로 돌아왔다가 폐기된 바 있다. 야당이 22대 국회가 시작하자마자 다시 꺼내 든 것은 정치 공세의 성격이 짙다는 게 국민의힘 주장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반대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체로 170석, 조국혁신당까지 가세할 경우 182석인 '완력'을 앞세워 채상병특검법과 방송3법은 물론 김 위원장 탄핵소추안까지 관철할 태세다.
변수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친정'인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이들 안건을 본회의에 상정할지다.
여야가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일정에는 합의하지 않은 탓에 우 의장으로선 일단 최대한 협상을 중재한 뒤 '결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30일 통화에서 "채상병특검법과 방송3법 통과를 바라는 국민 여론을 국회의장이 무시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채상병특검법과 방송3법을 늦어도 다음 달 3일에는 본회의에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6월 임시회 마지막 날(7월 4일)에도 본회의가 잡혀 있긴 하지만,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의사진행 방해)에 나설 경우 회기 종료로 무산될 수 있어서다.
여야의 첨예한 대치는 다음 달 2일부터 사흘에 걸친 22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정부를 향한 야당의 일방적 공세를 차단하는 한편, 대정부질문을 야권의 '입법 독주' 부당성을 알리는 장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30일 통화에서 "야당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쓸 수밖에 없는 법안을 전부 통과시키고 대정부질문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라며 "야당의 본회의 강행 처리 법안을 중심으로 공방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대정부질문에서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핵심 공략 포인트로 잡았다.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최근 당 회의에서 "대정부질문을 통해 순직 해병 수사를 은폐한 주범이 누구인지 밝히고,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와 주가조작 의혹을 파헤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