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변윤수 기자] 로이터통신은 31일, 미국 정부가 다음 달 대(對)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강화할 예정이지만, 한국 등 동맹국은 예외로 빠진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다른 나라에서 반도체 장비를 중국으로 수출하지 못하게 막는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의 새로운 규정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서 전했다.
이 규정은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기술이 사용됐으면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라도 수출할 때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한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확장한 것이다.
해외직접생산품규칙은 그동안 화웨이가 외국 반도체를 수입하지 못하게 막는 데 사용돼왔다.
새로운 규정에 따르면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 핵심인 약 6개 팹(생산공장)으로 장비 수출이 막힌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공장 중 어떤 곳이 영향을 받을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새로운 규정에서 일본, 네덜란드, 한국과 30개국 이상의 동맹국은 예외로 분류돼서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ASML과 도쿄일렉트론과 같은 주요 장비업체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스라엘,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는 영향을 받는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을 계속 압박하면서도 동맹국을 적대시하지 않으려는 입장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일부 국가를 예외로 두는 것은 제재 부과시 외교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효과적 수출 통제는 다자간 합의에 달려있으며, 국가 안보 목표 달성을 위해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한다"고 말했다.
새 규정은 아직 초안 형태여서 내용이 달라질 수 있지만, 미국은 어떤 형태로든 다음 달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새로운 규정은 외국 제품이 미국의 수출 규제를 받게 되는 기준을 낮추며 해외직접생산품규칙의 허점을 채운다.
가령, 장비의 경우 미국 기술이 포함된 반도체가 들어있기만 해도 수출 규제 대상으로 지정될 수 있다.
미국은 또 6개 중국 팹과 장비 제조업체, 설계 자동화툴(EDA) 소프트웨어 제공 업체 등을 포함해 120개 중국 기업을 거래제한 대상에 넣을 계획이다.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방침에 거듭 반발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억제와 탄압은 중국의 발전을 막을 수 없고, 중국의 과학·기술 자립자강 결심과 능력을 키울 뿐"이라며 "관련 국가들이 (미국의) 위협에 단호히 저항해 공평하고 개방적인 국제 무역 질서를 함께 지키고 자신의 장기적 이익을 진정으로 수호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