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변윤수 기자]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미향(59) 전 의원에게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검찰이 기소한 지 4년 만의 결론이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14일, 사기·업무상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전 의원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사기죄, 보조금법 위반죄, 업무상횡령죄, 기부금품법 위반죄 등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윤 전 의원은 2011∼2020년 위안부 피해자를 돕기 위해 모금한 자금을 사적으로 사용하고, 서울시 보조금을 허위로 수령하거나 관할관청 등록 없이 단체 및 개인 계좌로 기부금품을 모집한 혐의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1심 법원은 이 중 1,천718만원에 대한 횡령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법원은 작년 9월 횡령액을 비롯해 유죄로 인정되는 범위를 대폭 늘리면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으로 형량을 높였고, 대법원도 2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이날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7,958만 원의 후원금 횡령, 김복동 할머니 조의금 명목으로 1억2,967만 원을 개인 계좌로 모금해 다른 용도로 사용한 혐의가 유죄로 확정됐다.
윤 전 의원이 개인 계좌 등을 통해 자금을 관리하면서 자신만이 사용처를 알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으며, 구체적인 사용 증빙자료도 제시하지 못해 횡령의 고의와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인건비를 허위로 계산해 여성가족부에서 6,520만 원의 국고보조금을 가로챈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2심 재판부는 작년 9월 윤 전 의원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위안부 지원 등의 모집금을 철저히 관리했어야 했음에도 기대를 저버린 채 횡령해 지원하고 응원하는 시민들에게 피해를 입혔고 직접적인 변상이나 회복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30년 동안 인적·물적 기반이 열악한 상황에서 활동했고 여러 단체와 위안부 가족들이 선처를 호소했던 점을 고려했다"며 징역형의 집행은 유예했다.
이날 대법원은 일부 혐의에 대한 2심 무죄 판결에도 문제가 없다며 검사의 상고도 기각했다.
법원은 윤 전 의원이 관할관청 등록 없이 단체계좌로 기부금품을 모집한 혐의, 문화체육관광부 국고보조금을 가로챈 혐의는 죄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중증 치매를 진단받은 길원옥 할머니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여성인권상 상금 1억 원 중 5천만 원 등 총 7,920만 원을 재단에 기부하게 한 준사기 혐의, 위안부 피해자 경기 안성쉼터를 시세보다 고가에 매입한 배임 혐의, 안성쉼터를 대여해 주고 숙박비를 받은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도 무죄가 확정됐다.
이번 재판은 1심부터 이날까지 '재판 지연' 문제로 논란이 이어져 왔다.
현역 국회의원은 임기 중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는다. 하지만, 윤 전 의원은 당선된 후 임기 초인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지만 임기가 끝날 때까지 재판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이번 대법원 선고도 지난해 9월 20일 항소심 판결이 나온 이후 약 1년 2개월 만에 내려졌다.
이처럼 확정판결이 나오지 않아 윤 전 의원은 지난 5월 정상적으로 4년 임기를 마쳤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취임 때부터 줄곧 '재판 지연' 문제를 사법부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거론한 바 있다.
윤 전 의원과 함께 기소된 정의연 전 이사 김모(49) 씨는 벌금 2천만 원이 확정됐다.
이 사건은 윤 전 의원이 국회의원에 당선된 직후인 2020년 5월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96) 할머니가 "정의연이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후원금을 쓰지 않고 있다", "수요시위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점화했다.
윤 전 의원은 이후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 결과 부동산 투기 의혹까지 제기돼 2021년 6월 출당 조처됐다. 부동산 투기 의혹은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다. 민주당 복당 없이 윤 전 의원은 무소속으로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