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이현숙 기자] 한반도 북쪽에 정체한 차가운 저기압과 지난여름부터 좀체 식을 줄 모르는 '뜨거운 서해'가 수도권에 '눈폭탄'을 떨어뜨렸다.
27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에 많은 눈이 쏟아졌다.
특히 수도권은 적설이 기록적으로 많았다.
서울(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 기준)은 이날 눈이 가장 높게 쌓였을 때 적설이 오후 3시에 기록된 18.0㎝다. 11월 일최심 적설로는 1972년 11월 28일(12.4㎝)을 제치고 1907년 10월 서울에서 근대적인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날 밤 내린 눈을 제외하고 이날 0시 이후 내린 눈만 따진 적설(일최심 신적설)도 오후 3시 17.2㎝로 11월 최고치다. 종전 1위는 1966년 11월 20일 9.5㎝였다.
인천도 이날 적설량이 14.8㎝(오후 3시)로 1904년 8월 근대적인 기상관측 시작 이래 11월 일최심 신적설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원래 1위는 1972년 11월 23일 8.0㎝였다.
경기 수원 역시 21.0㎝(오후 3시)의 적설량을 보여 1964년 이후 11월 일최심 신적설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전 기록은 1972년 11월 23일 기록된 8.5㎝다.
인천과 수원은 전날 밤엔 눈이 오지 않았고 이날부터 내리기 시작했다.
이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기록적인 대설 원인은 지난여름 뜨거워진 서해바다와 절리저기압이라는 현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이날 눈을 뿌린 구름대는 찬 바람이 상대적으로 따뜻한 서해 위를 지나면서 형성됐다. 이를 통상 '해기차(해수와 대기의 온도 차)에 의한 구름'이라고 한다.
차고 건조한 공기가 따뜻한 바다 위를 지나면 바다에서 열과 수증기가 공급돼 대기 하층이 불안정해지고 이에 대류운이 발달한다.
그런데 현재 서해 해수면 온도가 12∼15도로 예년보다 1도 높다.
지난여름 뜨거웠던 바다가 아직 덜 식었다는 의미다.
바다가 뜨거우니 대기로 열과 수증기 공급이 많아지고 이는 강수량을 늘렸다.
결국 올여름 폭염의 영향이 이날 대설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사실 11월에서 1월 사이 우리나라, 특히 서해안에 많은 눈이 올 경우 대부분은 서해상에 해기차에 의한 구름대가 발달하는 것이 원인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다만 서해상 구름대가 발달하고 이 구름대가 내륙으로 들어와 눈이 내릴 땐 '주타깃'이 충남이나 호남일 때가 많다. 수도권에 많은 눈이 오더라도 주로 경기남부에 집중된다.
겨울철 우리나라 쪽으로 찬 공기가 내려오는 경우는 주로 중국 쪽에 발달한 대륙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시계방향으로 북풍이나 북서풍이 불 때이기 때문이다.
풍향이 북풍에 가까울수록 서해상에 구름대가 만들어져도 내륙으로 들어오지 못하거나 깊숙이 들어오지 못한다.
그러나 이날은 서울에 폭설이 쏟아졌는데, 이는 한반도 북쪽 대기 상층에 '절리저기압'이 정체해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대기 상층에서는 공기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빠르게 흐른다.
이를 제트기류라고 하며 제트기류는 직선에 가깝게 흐를 때도 있지만, 뱀처럼 구불구불하게 흐를 때도 있다.
뱀처럼 움직이는 것을 사행(蛇行)한다고 하는데, 구불거림이 매우 심해지면 제트기류가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는 지점에 기압능이 발달하고 이 기압능이 제트기류의 동서흐름을 막는다.
기압능 때문에 남쪽으로 더 많이 굽이쳐 흐르게 된 제트기류가 분리되면서 형성되는 것이 바로 절리저기압이다.
절리저기압은 북극 찬 공기를 머금었기에 중심부가 매우 차고 대기를 매우 불안정하게 만든다.
현재 한반도 북쪽에 자리한 절리저기압의 반시계 방향 순환에 따라 남쪽으로 내려오는 찬 공기가 지상으로 가라앉으면서 주기적으로 경기만 쪽에 기압골을 만들고 있다.
기압골은 구름대를 강화하는 한편 풍향을 서풍으로 바꿔 서해상 구름대를 내륙으로 밀어 넣었다.
절리저기압은 28일까지 한반도 북쪽에 정체해있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27일 퇴근길도 비상, 기온이 떨어져 내린 눈이 얼어붙을 28일 출근길은 더 비상인 상황이다.
기상청은 28일 오전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 눈 또는 비가 올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중부지방과 전북동부에서는 습기를 머금어 무거운 눈이 시간당 1∼3㎝, 최고 5㎝ 안팎으로 쏟아지는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