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나재희 기자] "제가 한 번 둘러봤는데 절반 정도는 다 타투(문신)를 하고 계십니다."
타투이스트 김도윤 씨의 말에 23일 오후 11시가 넘게 이어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웃음이 터졌다.
의미심장한 농담을 던진 김 씨는 "그런데 단 한 분도 합법적으로 받으신 분은 없을 것"이라며 의료인만 문신 행위를 할 수 있는 현실을 꼬집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초연맹 화학섬유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장을 맡는 김 씨는 이날 국감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김 씨는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 릴리 콜린스, 스티븐 연을 비롯해 영화 '어벤저스' 등에 나온 배우들의 (타투) 작업을 계속해주고 있다"며 "유명하고 돈도 많이 벌지만, 손님에게 불법행위란 이유로 협박당하고 수사 받은 끝에 스스로 삶을 정리한 동료들을 보고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김 씨는 "해외에 나가서 한국에서는 타투가 의료행위라고 하면 보통 '너 노스 코리아(North Korea·북한)에서 왔냐'고 묻는다"며 "한국 사법부는 국민 여론이 좋지 않던 때 아무도 타투를 할 수 없게끔 일본의 판례를 가져와 타투를 의료행위로 규정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앞서 1992년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판결했고, 지난해 헌법재판소도 '타투유니온'이 "의료인에게만 문신 시술을 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은 헌법 위반"이라고 낸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의사단체도 안전을 위해 의료인만 문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해 10월 대한문신사중앙회가 대법원 앞에서 문신 합법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자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씨는 "눈썹을 포함해 몸에 그리는 그림까지 국내 타투 소비자는 1천300만명으로 집계된다"며 "고용노동부에서는 미래 유망 직업의 하나로 타투이스트를 꼽고 직업 코드를 부여했다. 국세청은 세금을 낼 수 있도록 사업자 등록을 위한 숫자도 만들어줬다"고 현실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행정부에서는 타투이스트를 합법으로 취급하지만, 사법부에서는 불법이라고 이야기한다"며 "(입법이 없다면) 1천300만명의 소비자는 내년에도 법률이 없는 상태에서 불안하게 타투를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문신 행위의 제도화에 원론적으로 찬성했다.
조 장관은 문신 시술 후 돈을 내지 않기 위해 신고하겠다고 문신사를 협박하는 등의 사례를 두고 "이런 걸 막으려면 제도화가 중요하다"면서도 "의료계의 이견도 있고, (문신) 관련 17개 단체도 입장이 다 다르다"고 토로했다.
그는 '문신 시술의 제도화에 찬성하지만, 관련 단체의 이해관계 조정이 쉽지 않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짧게 답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관련 단체들의 얘기는 다 무시해 달라"며 "절대 합의할 수 없는 부분만 빼고 모두 합의한 만큼, 만들어 주시는 규칙(법)을 지킬 준비가 돼 있고, 지키는 데 자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