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이천용 기자] 살인사건 수사가 마무리된 이후에도 피해자 유족의 집을 드나든 혐의로 수사를 받았던 경찰관이 처벌을 피했다. 최근 변경된 대법원 판례에 비춰 주거침입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10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수사한 경찰관 A씨는 범인의 자수로 사건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사건 현장인 아파트를 수차례 드나들었다.
사건 이후 다른 곳에서 생활하던 유족 측은 얼마 뒤 A씨가 집 근처에서 계속 목격되는 점을 이상하게 느껴 집 안에 녹음기를 설치했고, A씨가 여러 번 집 안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아파트는 사건 수사를 도와줬던 유족의 지인 B씨가 업무공간 등 용도로 사용하던 상태였다. 유족 측은 A씨가 이성인 B씨에게 접근하려는 목적으로 집에 드나든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에 A씨를 처벌해달라는 진정을 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A씨를 주거침입 혐의로 입건해 수사했다. 수사 결과 A씨가 최소 5차례 이상 아파트를 드나든 사실을 파악했지만 주거침입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최종 판단했다.
주된 근거는 최근 변경된 대법원 판례였다. 불륜 상대인 여성의 집에서 바람을 피웠다가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남성의 상고심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무죄를 확정했다.
공동거주자인 여성의 승낙을 받아 집에 들어갔다면 남편이 출입을 반대할 것이라는 단순 추정만으로는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부재중인 다른 공동주거자가 반대할 것이라는 추정으로 주거침입죄를 인정한 판례가 변경된 것은 37년 만이었다.
이 같은 판례 변경은 A씨 수사에도 영향이 미쳤다. B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A씨가 아파트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같은 진술과 변경된 판례에 따라 지난 1일 A씨를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주인의 허가를 받아 집을 사용하고 있던 B씨가 A씨의 출입을 승낙했으므로, 바뀐 판례에 비춰보면 주거침입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