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이천용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를 둘러싸고 경찰, 검찰 등 사정기관들이 속도 경쟁을 벌이면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이은 다음 '타깃'이 누가 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8일 김 전 장관에 대한 통신내역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고 밝히며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등 군 장성 4명에 대한 영장은 기각됐다고 밝혔다.
경찰이 어느 방향으로 수사 확대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병력 투입과 포고령 작성 등을 몰랐다고 주장하는 박 총장보다는 여 전 사령관에게 '칼날'이 향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여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후배이자, 김 전 장관의 충암고·육군사관학교 후배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 경호처장일 때 한남동 공관에서 모임을 가져 생긴 '충암파' 논란의 장본인 중 한 명이다.
계엄이 지속됐다면 여 사령관은 합동수사본부장을 맡을 예정이었다. 1979년 10·26 사태로 촉발된 '서울의 봄' 비상계엄 때 전두환 전 대통령이 맡았던 핵심 역할이다. 김 전 장관의 가장 믿을 수 있는 측근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실제로 계엄령이 선포된 직후 여 전 사령관은 정치인 등 주요 인사 체포를 시도하는 등 계엄령 집행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정치권에선 방첩사가 여 전 사령관 재임 시기에 계엄 실행 계획을 사전 준비했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국방부는 '계엄 사전회의' 의혹이 제기된 방첩사 장성 두 명에 대해 전날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
김 전 장관을 긴급체포해 이번 사건의 전모를 캐고 있는 검찰도, 김 전 장관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여 전 사령관을 향해 수사가 뻗어나갈 개연성이 거론된다.
물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사건의 '이첩 요청권'을 발동했지만 검경이 모두 "법률 검토를 하겠다"며 시간을 번 만큼, 김 전 장관에 이어 여 전 사령관을 향한 수사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 전 사령관은 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맞고 틀리고를 떠나 위기 상황에 군인들은 명령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치인을 체포하란 명령이 있었느냐'는 등의 질문에는 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