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울=이현숙 기자] 기아 위기가 고조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배급소에 식량을 받으러 온 주민 수십명이 또 이스라엘군의 총격에 목숨을 잃었다.
2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이날 굶주린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식량을 구하러 모인 가자인도주의재단(GHF) 배급소 2곳 근처에서 이스라엘군이 발포해 최소 10명이 숨졌다.
넷자림 회랑 인근 최북단 GHF 배급소 근처에서 최소 8명이, 남부 라파 GHF 배급소에서 수백미터 떨어진 샤쿠시 지역에서 최소 2명이 각각 사망했다고 의료진과 목격자들은 전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를 포함한 미 당국자들이 전날인 1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를 방문해 GHF 구호품 배급소를 살펴보고 돌아간 다음날 벌어진 참극이다.
또 이날 이스라엘 국경 인근 지킴 검문소에서도 식량을 받으려고 몰려든 군중 속에서 19명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발포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GHF 측도 배급소 근처에서 아무 일도 없었으며, 군중 밀집 방지를 위해 최루 스프레이나 공포탄만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3월 하마스가 구호품을 탈취한다며 가자지구 물자 반입을 전면 차단했다가, 5월에 봉쇄를 일부 해제하며 미국과 함께 세운 GHF를 통해 제한적 배급만 허용했다.
그러나 이후 식량이 바닥나면서 기아 위기가 악화했으며, 식량을 얻으려고 배급소에 몰려든 군중을 향한 이스라엘군의 발포가 잇따랐다.
유엔에 따르면 5월 27일부터 7월 31일까지 GHF 배급소 근처에서 859명이 사망했고, 유엔 주도 식량 수송 경로에서도 수백 명이 숨졌다.
국제사회의 압박에 이스라엘은 지난주 제한적인 교전 중단과 구호품 공중 투하를 발표했으나, 실제로는 가자 주민들에게 식량이 거의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 가자지구에서 최악의 기근 시나리오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가자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도 하루 동안 아동을 포함한 7명이 영양실조로 사망했다.
가자지구 기아 위기가 심각해지는 와중에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은 지난달 24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협상딘 철수로 교착 상태에 빠졌다.
당시 하마스는 성명에서 "영구적 휴전 및 이스라엘군의 가자 완전 철수를 목표로 협상을 계속할 의지가 있다"면서도 "우선 가자지구 상황이 현저하게 개선돼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가자지구 휴전 협상을 중재하는 미국은 하마스가 무장을 해제하면 갈등이 끝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하마스는 2일 완전한 주권을 갖춘 팔레스타인 국가가 수립되지 않는 한 무장해제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가 휴전 협상에 동의하지 않으면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취할 군사 행동에 대한 결정을 다음 주로 연기했다고 미 CNN 방송이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하마스가 협상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시티와 주요 인구 밀집 지역을 포위하는 방안 또는 도시 전체를 정복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는 "하마스가 휴전 및 인질 협상에서 이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스라엘과 미국이 가자지구에 대해 새로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CNN에 말했다.